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수성못/송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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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같은 그대 생각에

가슴은 잔물결 지네.

마른 잎 떨구면서

나지막이 그대 불러보면

바람이었던 그대

물결되어 다가오네.

그리움은 아픔이지만

그대를 기억하는 길.

그리움은 아픔이지만

그대에게 다가 설 수 있는 길.

오늘도 온종일

그대가

머릿속에 출렁이네.

'수성못!' 하고 불러놓고 보니 오만 영상이 지나간다. 대구에서 사춘기를 보낸 사람치고 수성못에 펼쳐놓을 추억 한 자락 없으랴.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부르게 했던 못. 흰 눈이 쌓인 미루나무 길의 낭만과 노도 저을 줄 모르면서 젊음의 만용으로 탔다가 혼이 났던 보트의 기억.

억센 추억의 완력 탓인가, 누구보다 냉철한 이성을 지닌 중견 의사가, 그것도 소아정형외과의 세계적 권위자란 분이 이토록 여린 감성을 선보인다. 그리움이 얼마나 컸으면 이 짧은 시에 무려 여섯 번이나 '그대'를 부를까. 가슴에서 시작된 그리움의 잔물결은 이윽고 머릿속으로 올라가 못물처럼 출렁이게 만들었으니. 어쩔꼬, 이 시를 읽는 나도 온종일 물살에 몹시 시달릴 것 같은 예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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