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회사가 위기입니까?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십니까? 그렇다면 먼저 당신 회사의 존재 이유부터 자문해 보십시오!-
며칠 전 세계 일류 리더이자 최고의 위기관리자(crisis manager)로 칭송받고 있는 제프 킨들러 미국 화이자 회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기자가 작금의 세계 경영위기 돌파전략에 대해 묻자 그는 "기업은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도대체 우리가 세상을 위해 뭘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새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답했다. 위기상황일수록 나의 회사는 어떤 가치로 고객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인정받고 있는가를 겸허히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단순한 이야기 같은가? 그렇다면 여기 작고도 평범한 진리를 실행으로 바꾸어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의 사례를 보자. 혹시 아는가, 위기극복과 성공의 문을 함께 여는 마법의 열쇠는 의외로 작은 것, 단순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 아사히카와 시의 아사히야마 시립동물원. 1967년 개원한 이곳은 여느 지방 동물원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골 동물원에 불과했다. 일본 각지에 대형 놀이공원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1995년 시의회는 재정 적자 누적과 시설 노후화로 급기야 폐원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중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도대체 동물원이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왜 사람들은 동물원에 올까?'란 근원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일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특히 실패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조직 내 자발적인 학습모임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동물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했다. 많은 공부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예산이 없어도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고 이를 실천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고객에게 독창적이고 높은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동물원'이라는 비전을 도출하고 이상적 동물원의 형상을 구체화·시각화했는데, 그림으로 표현한 '14장의 스케치'가 그것이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천편일률적인 동물우리 전시에서 탈피해 동물마다 장점과 매력을 한껏 부각시킬 수 있는 행동전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했다.
물속을 엄청난 스피드로 헤엄쳐 마치 하늘을 비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펭귄 수족관, 바다표범 사냥을 즐겨하는 북극곰이 사람들 머리를 바다표범으로 오인하고 관람객들을 향해 첨벙 뛰어듦으로써 박진감 넘치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북극곰 전시관, 시원한 곳을 찾아가 낮잠을 즐기는 맹수의 습성을 이용해 이층 철망을 만들고 관객들이 그 밑을 지나다니도록 해 가까이서 잠든 맹수의 얼굴 표정이나 날카로운 발톱도 보며 숨소리마저 느낄 수 있는 맹수관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없는 획기적 동물원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본 동물원 95곳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한 가장 추운 곳이라는 최악의 조건을 '펭귄과 함께 산책하는' 이벤트를 통해, 유일한 조건으로 승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지속적 노력의 결과 작은 소도시에 불과하던 이곳에 현재 연간 3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으며, 일본 각종 경제단체가 주는 경영자상을 휩쓸고 '창조경영'의 전범으로 전 세계 매스컴의 집중을 받고 있다. 인구 1천200만 명의 도쿄 도립 우에노 동물원을 제치고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손꼽히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의 성공은 동물원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들이 시민과 사회를 위해 어떠한 존재여야 하며 고객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주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이를 현실로 치환시켜 나간 작고도 지속적인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던 것이다.
지금, 어렵고 힘든가? 로또라도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가? 만일 그렇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자. 기업 경영은, 아니 인생 경영은 한 방의 도박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한 발 한 발 밟아가는 실천의 과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양현주(경영지도사·영남이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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