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차전 승부 분수령…배영수 선발 총력전 태세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4차전에서 승부수를 던지지 않은 선동열 감독이 배영수를 선발 투수로 내세워 5차전 승리를 노린다. 삼성 라이온즈는 4차전에서 아껴둔 불펜을 총동원할 예정이기 때문에 5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총력전을 펼치고도 패한다면 삼성의 가을 잔치가 플레이오프에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4차전 대패 속에서도 선 감독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던 것은 핵심 전력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 4차전이 접전 양상으로 전개돼 '필승 불펜'을 투입했다가 패할 경우 팀이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만 이날 이상목, 전병호, 조진호가 두산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한 경기를 책임지면서 정현욱과 안지만 등 불펜의 핵심 요원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5차전 삼성 선발 배영수는 1차전(16일)에서 2/3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 호투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포스트시즌에서 1차전 선발이 4차전에 다시 나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선 감독의 배려 아래 5차전에 나선다. 5차전에서 승리한다 해도 1경기를 더 이겨야 한국시리즈행을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배영수가 오래 버텨야 불펜이 부담을 던다.

하지만 두산 선발 맷 랜들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 2차전(17일)에 선발 등판한 랜들도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했다. 4이닝 동안 안타는 1개밖에 맞지 않았으나 공 78개를 던지면서 4사구 4개를 허용하는 등 공이 마음먹은 대로 제구되지 않았다. 선발 투수감이 마땅치 않아 사흘만 쉬고 등판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제대로 됐을지도 변수다.

포스트시즌 들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상당히 좁아졌다. 때문에 투수들은 더욱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양 팀 모두 타격감이 좋은 편. 삼성에는 두산의 천적인 최형우, 김재걸이 건재하고 두산은 20일 선발 전원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한 번 실패를 겪은 배영수와 랜들 모두에게 좋은 여건은 아닌 셈이다.

다만 배영수는 랜들과 달리 든든한 지원군이 건재하다. 그가 5이닝을 버텨낸다면 뒤는 정현욱, 안지만과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막아낼 수 있다. 4차전에서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음에도 삼성 타선이 끈질기게 달라붙는 바람에 현재 두산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인 정재훈이 공을 72개나 던지고 임태훈도 마운드에 오른 것이 랜들에겐 악재다.

시리즈 전적이 2승2패로 동률인 가운데 5차전에서 양 팀 감독들은 이미 총력전을 예고했다. 2승만 먼저 거두면 되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전력을 소진하며 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기에 5차전 결과에 따라 사실상 한국시리즈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대구 홈에서 1승을 더하고 서울로 장소를 옮겨 축배를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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