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고도 가슴 떨리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며 30세 무직자가 고시원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르고 연기를 피해 나오는 겁에 질린 투숙객들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렀다. 어제 아침 서울 논현동에서 일어난 방화 살인 사건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중국교포 등 영세민 여성 6명이 숨지고 7명이 큰 해를 입었다. 검은색 복장에 고글까지 쓴 범인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이런 묻지마식 살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강원도 양구의 공원에서 여고생이 희생된 이래 올 들어서만도 벌써 네 번째다. 범인은 "나 혼자 죽기 억울하다"며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대상을 찾아 흉기로 살해했다니 잔인하고 악랄하다. 정신 나간 범인의 세상을 향한 적개심이 안 먹고 안 입고 아껴 모아 고향을 찾으려 한 순박한 이웃들의 꿈을 한순간에 날려 버린 것이다.
범인은 내성적인데다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도 했다. 그는 돈이 생기면 로또복권을 사거나 인형 뽑기 게임에 써버리고는 했다는 주변 사람들 증언이다. 세상에 정을 붙일 만한 상대가 그에겐 없었던 것이다. 범인은 그런 자폐적 감정을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포자기로 폭발시킨 것이다.
사회안전망 구축도 중요하고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고시원 같은 집단 숙박시설에 대한 안전 규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나 장치만으로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 이런 식의 범죄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온 어려움은 우리나라뿐 아니고 또 경제적인 데만 그치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서로 도와 사랑으로 감싸주는 이웃이 필요하다고 사회 심리학자들은 진단한다. 이들을 안고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또 어떤 극단의 사회파괴 범죄가 돌출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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