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낚시터서 먹은 자장면

지난 일요일 딸 아이는 친구들이랑 놀러 가 버리고 아들 아이는 이모 집에 가 버렸다.

집에 남편이랑 둘 뿐이다. 시끌벅적하던 집이 아이들이 없으니 절간 같다.

"애 키울 때가 좋을 때다" 하던 어르신들 말씀이 생각난다. 정말 따분하고 심심하다.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해도 재미없다.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남편이 갑자기 바쁘게 움직인다. 추억을 멋지게 남기려면 디카를 챙겨서 가자 한다.

'추억을 멋지게' '멋지게'란 말에 기대를 하며 편한 복장으로 대충 준비하고 부르릉 떠났다. 어디로 가는 거죠? 가보면 안다는 답으로 시종일관.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했지만 텔레비전에 보던 아내를 위해 깜짝 파티 같은 걸 해주지 않을까. 상상에 빠져 실 없는 사람처럼 웃으면서 코스모스 길을 한참 달렸을까. 저수지가 보인다.

고작 여기 오려고 디카 챙기라고 했는가!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서 조금만 놀다 가잔다.

못마땅한 내 표정에 꼭 멀리 떠나야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잘못이란다.

우리가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멋진 여행이고 추억이라고 한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실망이다.

잠시 뒤 자장면이 배달됐고 시간은 흘러 흘러 더 이상 기대는 하지 말라고 내 자신을 다독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여행했다고 아직도 우기는 남편 얄밉지만 가장으로 두루 두루 배려하는 맘 하나는 멋지다.

이동연(대구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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