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새벽에는 아예 대문 밖에 못 나섭니다."
3개월 전 대구 북구에서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정모(42)씨는 이달 들어 새벽 운동 나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오전 5시만 되면 일어나 인근 공원에서 조깅을 했다. 정씨의 새벽 운동을 방해하는 주범은 다름아닌 악취. 그는 "어떤 날은 분뇨 냄새가 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탄 냄새가 나기도 한다"며 "구청에 몇 차례나 민원을 넣었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등 일부 지역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발생, 십수년 묵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성서공단과 인근 논밭 등으로 진원지를 추정할 뿐 좀처럼 악취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철마다 악취 민원이 대책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 김모(38·달서구 월성동)씨는 "주로 봄, 가을철 일교차가 크고 안개가 낀 날에 악취가 진동한다"며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잠들기 전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근다"고 했다.
달서구청은 10여년째 월성동 일대에서 비슷한 악취 민원이 이어지자, 의심가는 장소에 출동해 공기를 채집하거나 바람길을 파악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이달 중순에도 악취 민원이 구청 홈페이지와 전화 신고를 통해 수차례 접수되기도 했다.
환경보호과 김창수 과장은 청소과에 근무하던 1994년부터 악취의 진원지를 성서공단으로 추정, 악취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는 데 애를 쓰고 있다. 그는 "바람길을 찾기 위해 한밤중에 야광 낚시찌를 매단 풍선을 날리기도 했다"며 "성서공단에서 나는 악취가 북서풍을 타고 달서구 도심을 덮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단내 2천여개 업체들이 섬유코팅, 화학처리를 하면서 나오는 화합물이 대기중에서 상호작용해 발생한다는 것.
특히 봄, 가을에는 지표 아랫부분의 공기가 윗부분보다 차가워져 공기 순환이 멈추는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악취가 대기중에서 희석되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이밖에 고령군 다사면에서 가을마다 들녘에 뿌리는 퇴비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구청은 해마다 공문을 통해 농민들에게 퇴비를 뿌린 뒤 즉각 논밭을 갈아엎어 악취를 최소화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래 거주하던 사람들은 냄새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새로 이사온 주민들은 못살겠다고 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악취의 진원지를 파악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악취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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