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新보부상] ②실패는 성공의 밑천

시장조사 없는 창업, 3번의 좌절

▲ 중국과의 소호무역과 유통업으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 중국과의 소호무역과 유통업으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3전4기'에 성공한 전임경 미시우먼 대표가 대구 남구 봉덕동 스위트오렌지 본점에서 케이크모양의 향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천연비누와 향초(향기나는 양초) 제조사 미시우먼(www.missywoman.com)과 프랜차이즈 매장 스위트오렌지(www.sweetorange.co.kr)의 전임경(36·여) 대표는 10여년 전 유통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나 지금이나 눈코 뜰 사이 없이 분주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하는 것이 즐거운 때도 없다.

계명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 천연비누와 아로마 양초 제조사 미시우먼을 설립한 것은 2006년 12월. 그리고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 스위트오렌지 본점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스위트오렌지 매장은 이미 대구 동성로점과 동부점(동부정류장 인근)을 포함해 부산, 울산, 광주, 서울, 인천 등지 체인점이 10개를 넘었다. 제주에는 초콜릿농장 안에 체험학습장까지 갖췄다.

체인점에서 팔 물건들을 만들어 납품하고, 가끔 각 매장의 디스플레이와 서비스를 점검하면서, 또 매주 1회씩 '천연비누 및 아로마향초 만들기 교육(www.schoolart.co.kr)'까지 담당하다 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일본에서 비누 가게가 화장품 가게처럼 화려하고 예쁘게 차려진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천연비누 매장은 공방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었죠."

전 대표는 "시장조사에만 1년 이상을 투자했고, 사업초기부터 체인점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이고, 독학으로 공부해 제품틀을 실리콘으로 직접 만들었다. 밤잠을 쫓으며 미시우먼 쇼핑몰을 1달 만에 완성했고, 쇼핑몰을 개설하자마자 회원 2천명에 엄청난(?)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인터넷 광고비가 없어 각종 게시판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을 쇼핑몰로 끌어들였습니다. 압화를 비누에 넣은 제품(일명 꽃비누)을 전국에 유행시킨 것이 바로 접니다."

빵 모양의 베이커리 비누,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모양의 양초, 백강잠비누(기미·노화), 오트밀비누(영양공급·트러블), 토마토비누(각질·여드름·노화), 라벤다양초(편안한 마음), 로즈마리양초(기억력증진)…. 열정과 의지에 덧붙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기능성을 강조한 마케팅은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 대표에게 강력한 의지와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성공으로 이끈 것은 최선을 다한 후에 겪은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었다.

전 대표는 지난 10년간 3번의 쓰라린 실패를 겪었다. 20대 중반 아무것도 모르고 외국계 다단계 회사에서 근무하다 실속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국내와 중국에서 물품을 구매해 다단계 회사에 납품하는 유통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거래 다단계회사가 부도나면서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날렸다.

두 번째 사업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홈쇼핑에 판촉물을 납품하는 일. 이때부터 중국 소호무역에 본격 나섰고, 상당한 밑천을 마련했다. 문제는 과욕이었다. 중국 물품을 수입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제품을 중국에서 판매하겠다는 '꿈'을 갖고, 중국어 쇼핑몰 사업에 나섰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본 것이다.

'알거지' 상태에서 서울 강남 찜질방에서 자고, 인근 PC방에서 옥션(인터넷 오픈마켓 쇼핑몰) 장사를 시작했다. 제품 사진은 휴대전화로 촬영해 올렸다. 그동안 쌓아놓은 신용 덕택에 약간의 물품을 외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밤낮을 잊어버린 목숨을 건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조사·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은 1년여 만에 무려 매출 20억원이라는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너무 큰 성공(?)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 "당시 세금이라고는 부가세 10%밖에 알지 못했습니다. 30%의 소득세가 있다는 것을 몰랐죠. 쇼핑몰 사업에서 각종 경비를 제외하면 10% 수익을 거두기도 어려운데, 세금을 40%나 두들겨 맞았으니 장사 잘하고 망했습니다."

미시우먼과 스위트오렌지 대구 창업은 이처럼 최악의 순간에 맨손으로 이뤄졌다. "비누와 향초 제품은 모두 직접 손으로 만든 국산이지만 비누틀과 포장지, 각종 용기, 만들기 도구 등은 중국산입니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직접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각종 재료와 도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중국 소호무역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성공의 밑거름이 된 셈이죠."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천연비누와 향초를 꺾고 선진국에 우리회사 제품을 진출시키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문제는 중국과의 인건비 경쟁인데요.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과 장애인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대표는 중국에서 배워 중국을 이기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기획탐사팀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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