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나 항저우에서 자동차로 각각 4시간 및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이우(義鳥)시는 저장성 중심부에 위치한 중견도시다. 국내에는 4, 5년 전부터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최근에야 겨우 이름을 알게 된 도시다.
1982년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 이우가 중국 내보다 해외에 더 많이 알려진 것은 전세계 잡화상품의 3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전체가 거의 상가로 이뤄져 있어 별칭도 '소상품성'이다. 170만 인구의 60%가 외국 상인들이거나 외지인들로 이뤄져 있다.
이우 도심부를 질주하는 수많은 벤츠, BMW 등 고급 외제차는 이 도시 부(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해준다. 사실 이우는 중국 100대 도시 중 경쟁력 12위를 달리고 있으며, 항구도시도 아니고 국제공항이 있는 것도 아닌데 중국 내 물류량 1위를 17년째 기록하고 있다. 215개 나라와 교역을 하고 있고, 지난해 총생산액은 410억위안(환율 220원 기준 90조2천억원)에 이른다.
무역업체 이우 라이토의 이림 과장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내수공업을 하던 조그만 농촌마을이 순식간에 국제도시로 부상하는 것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이우는 나날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도매시장 '푸텐'=이우가 국제상업도시로 부상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푸텐시장으로 불리는 '이우국제상무성'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은 지방정부 주도로 2002년 1단계 상가가 준공된 이후 2004년, 2006년, 그리고 올해 10월 20일 등 2년마다 새로운 상가들이 완성됐다. 현재는 1단계 1구, 2단계 2·3구, 3단계 4구 등 모두 4개의 대형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푸텐시장의 강력한 첫인상은 그 엄청난 규모에서 비롯된다. 43개 산업, 1천901개 분야에서 무려 40만종의 각종 소상품들을 취급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도매상가인 푸텐시장은 1단계 상가에서 이번달에 개장한 3단계 1기(4구)까지 직선거리만도 6km에 달한다. 상점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려면 몇 달은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5만여개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만 20만명이 넘고, 또 매일 20만명 이상의 국내외 도매상인들이 거래를 위해 푸텐을 찾고 있다.
푸텐은 ▷1기: 인조꽃, 완구, 장식품, 공예품 ▷2기 2구: 비옷, 우산, 가방, 전자·자동차 소품, 주방용품, 가정용품, 시계 ▷2기 3구: 펜, 잉크, 종이류, 안경, 문구, 레포츠 용품,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3기 4구: 양말, 모자, 일상용품, 실, 테이크, 타월, 신발 등으로 취급 품목이 나눠져 있다. 이때문에 관심을 갖는 품목이 있는 곳을 찾아 집중적으로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SM프라자 조선족 직원 김승호(24)씨는 "가장 인기있는 푸텐 1기의 경우 3.3㎡(1평) 남짓 매장의 가격이 한국돈 8억원을 넘는다"면서 "푸텐에서의 거래는 기본적으로 도매가가 원칙이기 때문에 샘플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한 묶음 또는 박스 단위 이상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조사를 겸해 관광 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2기 2F, 3F 구역에 소매상가를 별도로 설치해 두고 있고, '쇼핑과 관광을 위한 추천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통상 도매가의 1.5배 이상을 주고 낱개나 묶음 단위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일반 소매상가보다는 상당히 싼 편이다.
◆이우에서의 무역=일본과 달리 중국에서는 소호무역상이라고 하더라도 무역대행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요한 물품을 찾고, 거래 계약을 도와주고, 구매한 물품을 포장해 국내로 배달해주는 것까지 대행업체에서 도맡아 해준다. 비용은 구매금액의 10%. 때문에 중국에서 물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과 대행비, 부가세, 관세, 여행경비 등을 모두 원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게다가 유리컵처럼 파손되기 쉬운 물품일 경우 운송과정에서의 파손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경험 있는 상인들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포장을 확실히 해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급등 이외에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의 시장환경이 크게 바뀐 점도 중국 소호무역을 염두에 둔 창업준비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정부가 한국상인들에게 내주던 1년짜리 비자를 3개월이나 1개월로 줄이는 등 비자관리를 강화하면서 장사를 못하고 중국을 떠난 한국 무역상이 크게 늘었다. 특히 수출환급금이 준데다, 중국 내 노조 설립이 활발해지면서 인건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매력은 반감됐다.
유치원용품을 도소매로 취급하는 김모(44)씨는 "최근 환율폭등까지 가세하면서 이우에서의 전성기는 지난 것 같다"며 "확실한 판로를 확보하고 있거나, 원재료를 수입해 완제품화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인을 제외하고, 단순무역으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예비창업자들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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