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리 및 외국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등급만 제공되던 지난해와 달리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제공되면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 일부 영역의 난이도를 조절했다는 것이 출제위원들의 설명이다. 특히 수리 가형은 상당히 어려웠고, 나형도 다소 어렵게 나와 수험생들 간의 표준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리영역이 이번 입시에서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란 게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하지만 12월 10일 수능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가채점한 원점수 결과만 놓고 모든 것이 결정된 것처럼 흥분하거나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입시는 지급부터다. 자신의 수능성적을 토대로 여러 정보를 수집, 분석해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여야 할 때다.
▨2009 입시 특징
수능시험 성적표기 방식이 바뀌었다. 지난해 도입된 수능 등급제가 2007학년도의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성적 표기방식으로 환원된 것이다. 물론 영역별 수능 등급은 수시 2학기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되지만 대부분 정시모집 대학은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반영한다.
대학별고사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년도 수능 등급제에서는 수능성적의 변별력 저하를 이유로 대학별고사가 많이 실시됐으나 이번 입시에선 수능점수제로 바뀌면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인하대 및 일부 특수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시하지 않는다. 또 금년도 대학별교사를 실시하는 대학 중에서도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에서는 실질 영향력이 낮아질 전망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도 눈여겨볼 점이다. 로스쿨 설치 대학들의 경우 법대가 폐지되면서 경영 및 경제 관련학과, 사회과학대, 자유전공학부 등이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약대의 기존 4년제 교육과정이 '2(학부 2년)+4(약대 4년)' 체제로 전환된다. 약대가 6년제로 바뀌면 고교 졸업 후 바로 약대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학 2년 과정을 마치거나 전문대를 졸업해야 약학입문자격시험 등 대학별 선발고사를 거쳐 4년 과정의 약대에 입학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는 약대 모집이 없는 대신 생명과학, 미생물, 화학, 간호학과 등의 지원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성적 발표 전
가채점 결과인 수능 원점수에 더 이상 연연해선 안 된다. 기대보다 잘 나왔으면 잘 나온 대로, 못 나왔으면 못 나온 대로 마지막에 최선의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수능 점수가 예상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지금부터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신중하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입학하는 대학과 학과가 크게 차이 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입시전략을 마련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정보는 별로 없는 듯하다. 기껏해야 수능 가채점 결과와 자신의 학생부 성적 정도로 생각하고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수험생도 적잖다. 하지만 가채점 결과를 평소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이나 비슷한 점수대의 친구들, 입시기관의 발표 등과 비교해 보고 지원 가능한 대학들의 전형요소별 반영방법을 살피다 보면 의외로 다양한 정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만으로도 기초 전략을 짜는 데는 충분하다. 수시 2학기 지원 여부, 수시 2학기 전형 참가 여부 등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정시모집 지원 가능 대학을 탐색하고 영역별 반영 방법, 가중치 적용 후의 유·불리 등을 따지는 것도 가능하다. 정시에 지원할 대학 가운데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를 치르는 곳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원서 접수 마감까지
12월 10일에 수능 성적표를 받으면 이전에 세웠던 전략을 바탕으로 정시모집에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골라야 한다. 원서접수를 마감하는 12월 24일까지 여유가 있다. 자신의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어떻게 조합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 그동안 탐색했던 대학의 지원 경향을 참고해 3개 모집 군에 원서를 내면 된다. 이때 입시에 관련된다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철저히 연구하고 최대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시모집에서는 대학별 전형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수능 반영 방법은 물론 학생부 반영 방법, 대학별 고사 실시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살피면 비슷한 유형의 대학을 찾기 힘들 정도다. 수능 성적의 경우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 대학의 활용 지표와 반영 과목 수, 대학 지정 과목 여부 등을 분석해 자신의 점수로 조합해 보면 대학별 유·불리를 가늠할 수 있다. 수리 가형과 나형, 탐구영역 반영 방법도 유의해서 살펴야 한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는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를 지정한 대학이 상당수다. 수리 나형을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고 해도 가형에 일정 비율의 가산점이나 가중치를 부여하는 곳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시모집의 학생부 반영비율은 외형상 높아 보이지만 실질 반영 비율은 낮다. 그나마 석차백분율을 반영하는 경우 비중이 있지만, 평어를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 영향력이 더욱 떨어진다. 자신의 학생부 성적이 비슷한 수능점수대 수험생들에 비해 좋으냐, 나쁘냐를 기준으로 유리한 대학을 찾아야 한다.
대학·학과별 지원 경향에 대해서는 입시기관들이 나름의 자료를 근거로 특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적으로 믿어선 안 되지만 설득력이 있다면 무시할 필요는 없다. 3번의 복수지원 기회가 주어지는 데 따른 대학별 지원 특성도 사전에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복수지원 기회는 자신의 전형요소 성적에 맞춰 최대한으로 활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주어진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지나친 상향지원은 무의미하지만 틈새를 찾아보면 예상 밖으로 기회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진학지도 교사나 입시전문가들을 찾아 성실하게 상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합격자 발표까지
정시 원서를 내고 나면 논술과 구술·면접고사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은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 긴장감이 높아진다. 입시의 마지막 단계에서 수능 성적의 변별력은 예상보다 낮아 대학별고사가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연한 노릇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대학별 고사를 치르지 않거나 단순 면접만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도 입학 전형 때까지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 지원한 대학·학과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좋다. 지원한 학과의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복수합격에 따른 이동으로 인해 후보들에게 2월 말까지 등록 통보가 오는 곳도 적잖다. 재수 여부는 정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 때까지 기다리자.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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