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20세기 마지막 춤꾼' 이매방 선생

"몸은 편치않지만 춤사위는 멈출수 없어"

▲고희의 나이로 승무를 추고 있는 이매방 무형문화재 보유자.
▲고희의 나이로 승무를 추고 있는 이매방 무형문화재 보유자.

'20세기 한국 무용계가 낳은 최고의 춤꾼.' 우봉 이매방(81)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전통춤을 공연한다. 승무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와 살풀이춤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인 그는 전통춤을 전승한 20세기 마지막 춤꾼이다. 전통춤의 계승과 더불어 한국 춤 형태를 과학적으로 재정립한 1세대이기도 하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그는 한국춤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생존해 있는 마지막 인물이자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전통춤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는 오는 25, 26일 장유경 계명대 무용학과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마련한 '한국의 전통춤' 공연(053-662-3085)에서 승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편치 않은 몸으로도 그는 흔쾌히 공연에 응했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만들어낸 선택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이매방(李梅芳)이란 이름이 참 독특하다. 어떤 연유로 지어진 이름인가?

"일제강점기 누님과 매형이 북경에 살았다. 당시 만주에서 학교에 다녔던 난 방학 때 누님 댁에 들러 당대 최고 중국 경극배우 매란방의 공연을 보게 됐다. 남자인 매란방이 천하일생 양귀비로 변장해 춤 추고 연기하는 것에 매료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란방에게 장검무와 등불 춤을 배웠다. 매란방 선생을 흠모해 이름 가운데 '란'자를 빼고 매방으로 예명을 지었다. 나중에 선생에게 여쭤봤더니 기가 막힌 예명이라고 극찬했다. 그 후 호적 이름까지 규태에서 매방으로 바꿨다. 이름 석 자가 모두 꽃을 뜻한다. 88년 올림픽이 열릴 무렵 우연히 중국에 들러 매란방 선생의 춤을 보여줬더니 가르쳐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문화대혁명으로 매란방 선생 춤의 대(代)가 끊겨 버린 것이었다. 지금까지 춤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의 몸으로 섬세한 몸짓과 정교한 춤사위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남성의 몸으로 춤추는 데 장단점을 설명해 달라.

"한국 전통춤엔 남성적, 여성적 춤사위가 동시에 내재돼 있다. 선이 굵고 힘이 있는 반면 감정 표출이 잔잔하게 일어난다. 이런 춤사위를 대삼(大衫), 소삼(小衫)이라 한다. 여성과 남성 춤사위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한국 춤의 특징이기도 하다. 남성 춤의 강점은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딛고 예술세계에 매진하는 데서 나오는 강인함이라고 생각한다."

-춤 인생을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1980년 초반 영국의 세계적인 무용가 마고트 폰테인 앞에서 승무를 추던 일과 1990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한국 춤을 그토록 좋아할 줄 몰랐다."

-이매방 선생의 춤엔 음양의 조화가 깃들어 있다는 평을 자주 한다. 선생 춤의 특징을 설명해 달라.

"음양의 미는 심리적, 내적 갈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제할 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장삼을 크게 한번 부리면 그 다음은 작게 하고 호흡을 위로 한번 올리면 다시 아래로 내려주며, 감으면 풀고 풀면 다시 감는 음양사상이 춤의 기본 틀을 이룬다. 또 춤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지 상태가 없으며 춤동작의 끝은 반드시 다음 동작의 시작으로 이어가게 함으로써 양이 차면 음이 되고 음이 차면 양이 되는 원리를 갖추고 있다. 매번 이 원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선생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2개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춤꾼이다. 춤꾼으로서 한국 전통춤이 나가야 할 방안이나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형문화재 전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형보존'이다. 민족의 정체성을 담보한 원형을 영구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한다. 또 과거와 달리 전통문화 유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초등학교부터 전통춤을 배울 수 있도록 정규과목으로 채택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우봉 이매방=1927년 생인 우봉 이매방은 전남 목포 태생으로 목포권번에서 이대조와 박영구, 이창조 선생을 사사했다. 1984년 옥관문화훈장서훈을 받은 후 성옥문화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세종국악대상, 임방울 국악상 등을 수상했다. 목포에 이매방류 전통춤 전수관이 건립되면서 서울과 목포를 중심으로 전통춤을 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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