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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 유혹 떨치고…사랑 나르는 미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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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 한병 덜 마시기운동'을 펼쳐 모은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있는 대구 남구청 환경미화원들. 장재용(왼쪽부터), 박화식, 권영수, 백승홍씨가 이웃사랑 실천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 달에 겨우 소주 한 병인데요. 그게 뭐 자랑이 됩니까."

24일 중년의 남성들이 얼굴이 발그스레 상기된 채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매달 소주 한 병 값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고 있는 대구 남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었다. 이들 119명은 지난 2005년 6월 '작은 마음을 모아 세상의 희망이 되자'는 뜻에서 모임 이름을 '희망회'로 지었다.

소주 한 병 3천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이들의 마음은 값에 비할 바가 아니다. "몸이 고되다 보니 소주 생각이야 나지요. 일이 끝나면 간혹 삼삼오오 모여서 소주 한 잔에 피로를 달랩니다. 그런데 한 달에 소주 한 병 덜 마시는 거야 어려운 일 아니지 않습니까. 남을 돕는다는 마음이 중요하지요." 백승홍(58)씨는 "소주 덜 마셔서 몸에 좋고, 남을 위해 좋은 일 해서 좋다"며 웃었다.

환경분야 노동조합 장재룡(55) 남구지부장은 "2005년에 당시 조합 지부장을 지냈던 천규석씨의 아이디어로 '소주 한 병 덜마시기 운동'이 시작됐다"며 "금액은 적지만 조합원 숫자가 119명에 달하다 보니 1년을 모으면 꽤 거액이 된다"고 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이들이 아껴 모은 소주 값은 연간 350만원을 넘어선다.

희망회 회원들은 이렇게 모은 돈을 남구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연말 300만원씩 맡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돈으로 누구를 돕는지도 잘 모른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희망회'에서 기탁한 300만원은 구청 주민생활지원과를 통해 무료급식소와 상이군경회, 저소득층 여덟 가구 등에 골고루 쓰여졌다.

이들의 소박한 이웃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홀몸노인, 조손가정 두 가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달 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사기 피해를 입어 재산을 탕진하고 경로당에 임시 거주 중인 황모(74)할머니와 당뇨·위암 수술 후 요양 중인 한 할머니(79)의 사연을 듣고는 환경미화원들이 선뜻 돕겠다고 나섰다.

가로 청소 담당인 박화식(54)씨는 "세상을 깨끗하게 해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마음마저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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