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입다문 時間(시간)의 표정 / 서지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차라리 비어 있음으로 하여

우리를 더 깊은 뿌리로 닿게 하고

더러는 말없음으로 하여 더욱 굳게

입다문 時間의 표정을

누가 새소리의 무늬마저 놓쳐 버린 길의

길 위로 날려 보내겠는가

오지 않는 날들은 뿌리로 젖건만

쓸쓸한 풀포기는 남아서

다가올 海溢(해일) 같을 때

들리지 않는 침묵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땅의 숨결,

아아 언제나 보이는 것의 그늘은

우리의 등 뒤에서 또 다른 그늘을

만들어 가는구나

잎 한 장 달지 않은 전봇대들처럼, 갈잎 다 져버린 낙엽송처럼 비죽이 선 숫자 '11'의 달도 지나갑니다. 산과 들을 푸르게, 무성하게 덮었던 녹음은 다 고스러지고 땅은 제 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조용히 '침묵'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실 나무나 풀의 녹음은 땅이 내뱉는 말씀이 아니던가요.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들을 보면 과연 입 없는 땅이 풀어내는 수다 같습니다.

한 철 풀어내던 수다도 다변도 그치고 고요히 침묵의 자리로 돌아가는 풀과 나무들. 사람으로 치자면 이순의 나이쯤이나 될까요. 귀밑머리 희끗희끗 말이 없어지는 나이. '오지 않는 날들은' 끝내 오지 않고, '쓸쓸한 풀포기'만 남은 '입다문 時間의 표정'. 탄식의 어조에 묻어 있는 삶의 허무감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첫 연에서 내려올수록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침묵의 진행.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영주시 바 선거구 시의원 후보 A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되어 논란이 일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이재...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적체와 거래 실종, 신규 공급 중단, 중개업 붕괴라는 4중 악재에 직면해 있으며, 4월 신규 분양은 0가구를...
서울 한남대교 아래에서 70대 남성이 한강으로 뛰어들어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며, 구조선박의 접안으로 한강버스의 운행이 지연되었다. 부산 롯데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에 대한 양해각서(MOU) 초안 승인을 보류하고 조건을 강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양국..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