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스님 지음/문학의 숲 펴냄

삶의 끝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울림은 맑고 깊다.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4년 6개월 만에 펴낸 법정 스님의 새 산문집이다. 지난해 몸에 찾아온 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스님이었기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주는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감동은 크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을 배우지 못하고 어리석은 것만을 배워왔다고 지적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22쪽)

침묵과 고요, 간소한 삶과 가난을 선택해온 스님이기에 삶의 마무리에 대한 그의 글은 간결하지만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병상에서 건져 올린 스님의 글은 우리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스님의 사유와 언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244쪽, 1만1천500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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