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맨' 이동준 "이젠 감 잡았어"…국내농구 적응 성공

국내 프로농구에서 흔히 외국인 선수들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둘이 모두 뛸 수 있는 것은 1, 4쿼터 뿐. 2, 3쿼터에서 외국인 선수 한 명과 바꿔 나오는 선수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구 오리온스에 있어서 이동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12경기를 소화한 이동준의 현재 기록은 10.2점 4.9리바운드 4블록슛. 국내 '빅맨'으로서는 준수한 기록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동준은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선수 생활의 공백을 넘어 두 시즌째를 맞고 있는 KBL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높이(198㎝)도 좋은 편이어서 국가 대표팀에서도 소중한 자원.

지난 시즌 프로 무대 데뷔 때 이동준은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미국에선 가드 역할을 했다지만 드리블은 정교하지 못했고 오른쪽 어깨에 공을 짊어지고 던지는 슛은 어설퍼 보였다. 노마크 찬스일 때는 몰라도 돌파를 시도하다 슛을 던지거나 수비를 등에 지다 페이드어웨이슛을 던지는 등 다양한 슛을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올 시즌 이동준은 한결 발전된 모습을 선보였다. 상대의 속임 동작에 이어 좌우 돌파에 뚫리는 모습은 아직 남아 있지만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바로 따라붙는 수비는 한 단계 발전했다. 김승현이 빠지면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공격에서도 끊임없이 몸을 던져 골밑을 공략, 팀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과 투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29일 오리온스는 서울 SK와 일전을 벌인다. SK에는 이동준과 같은 혼혈 선수 김민수(200㎝)가 버티고 있다. 김민수 역시 이동준처럼 뛰어난 운동 능력과 좋은 신장을 바탕으로 2, 3쿼터 상대 골밑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선수. 이동준이 김민수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오리온스는 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오리온스의 사정상 이동준의 역할은 스몰 포워드 내지 파워 포워드. 2, 3쿼터에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뛸 수 없는 때에 투지 넘치는 이동준은 적극적인 골밑 공략으로 파워 포워드의 임무를 충실히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발전하려면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고 드리블, 돌파, 중거리슛, 골밑 공략 등 스몰 포워드로서 다양한 공격 옵션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오리온스의 또 다른 포워드 오용준과 이현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프로 데뷔 2년째를 맞아 국내 농구에 서서히 녹아들고 있는 이동준이 루키 김민수와 맞서 어떤 플레이를 펼칠 지에 따라 이날 경기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한편 28일 경기에서 울산 모비스는 홈팀 부산 KTF를 83대76으로 제압, 3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2위로 뛰어 올랐고 창원 LG도 홈팀 인천 전자랜드를 91대86으로 따돌리며 승률 5할(6승6패)로 공동 5위로 뛰어 올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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