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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독도] 사람들-김성도 이장 내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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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도 이장이 독도를 방문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독도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성도 이장이 독도를 방문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독도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독도에 살려면 만능인이 되어야 한다. 서도 뒷산에서 바위가 굴러 망가진 철망을 보수하고 있는 독도관리사무소 직원.
▲ 독도에 살려면 만능인이 되어야 한다. 서도 뒷산에서 바위가 굴러 망가진 철망을 보수하고 있는 독도관리사무소 직원.

# 독도에 살려면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가장(家長)이 만능인이 되지 않으면 하루도 살기가 어려운 곳이 독도다. 전기발전기 벨트가 끊어지면 교체해야 하고 오일도 교환해야 한다. 돌이 굴러 철망이 뜯겨지면 용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성도 이장은 월남전 참전용사답게 이런 일들을 척척 해낸다. 김 이장은 자전거는 못 타도 배 다루는 일은 자신 있다고 한다. 지금도 '독도호'를 몰고 바다로 나서면 휘파람이 절로 난다. 이 덕분에 김신열 여사는 젊은 시절부터 남편의 든든한 뒷바라지 속에 마음 놓고 물질할 수 있었다.

김 여사는 젊은 시절 아찔한 사고를 한번 겪은 후 더욱 김 이장한테 기대게 되었다. 사고가 나던 날 김 이장은 몸이 찌뿌드드해서 같이 뱃일하는 장 군(君)한테 맡기고 나가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꿈자리가 뒤숭숭해 따라나선 후 키는 잡지 않고 기관실에 누워 있었다. 김 이장이라면 쌍줄을 내려 작업을 하겠지만 장 군에게 외줄만 잡도록 했다. 김 여사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김 이장은 설핏 잠이 들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언뜻 잠에서 깨어보니 배의 기관이 꺼져 있었다. 순간 이물로 뛰쳐나가니 장 군이 공기탱크 밸브를 돌리고 있었다. 장 군을 밀쳐던진 김 이장은 공기탱크 밸브를 잠그고 급히 김 여사를 끌어올렸다.

죽을 힘을 다해 끌어올리니 이미 수경은 깨지고 온 얼굴에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김 여사는 이미 정신을 잃고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물을 빼내고 인공호흡을 하고 나니 한참만에 겨우 긴 한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돌렸다.

장군 이야기는, 작업 중에 갑자기 배 엔진이 꺼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기 공급이 중단되자 급히 탱크를 열어 공기 주입을 시도했던 것. 그런데 갑자기 공기밸브를 열어버리니 공기압에 못 이겨 수경이 박살나고 물밑에서 일하던 김 여사는 혼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 이후 김 여사는 김 이장 아니면 물질을 하지 않는다.

요즘 김 이장 내외의 독도 생활은 단조롭다. 힘에 부쳐 바다 일도 많이 하지 못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홍합이나 힘닿는 대로 따고 소라도 조금씩 딴다. 가을에 들면 홍합은 알맹이가 차지 않아 따더라도 제값을 못 받는다. 그나마 12월 들면 연락선이 끊기고 3개월 동안은 울릉도 나가서 생활한다.

최근에는 한 달 가까이 바다가 사나워 물에 나가지 못했다. 김 이장은 무료함을 가끔 술로 달랜다. 옛날 젊은 시절 최종덕 사장과 일할 때부터 술을 좋아했다. 최 사장은 술을 못 먹도록 눈에 띄는 대로 숨기면 김 이장이나 장군 등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구해내든 술을 마셨다.

한번은 울릉도 나갔다가 호박막걸리 진배기 두 되를 사왔더니 최 사장이 천장에다 숨겨버렸다. 한 달쯤 지나 술 익는 냄새가 나 천장을 들여다보니 술 두 되가 잘 괴어 있었다. 김 이장과 장군은 급한 마음에 얼른 뚜껑을 열었더니 막걸리가 폭발하듯 온 방바닥에 쏟아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해녀들은 까치발을 짚고 어쩔 줄 몰라 하고 김 이장과 장군은 방바닥에 엎어져 기면서 쏟아진 막걸리 두 되를 모두 핥아 마셨다.

김 이장은 70세 나이에도 젊은 사람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술이 장사다. 종이컵에 소주 한 컵 따르면 아무 소리없이 대접을 가져와 그득 따라 '원샷'하고 만다. 안주도 별로 찾지 않는다. 독도 마을잔치라도 벌어지면 거나하게 한잔 하고 노래 한 소절을 한다.

노래하면서 추는 김 이장의 춤은 가히 볼 만하다. 차려자세로 반듯이 서서 부르다가 서서히 태극권, 당랑권, 취권 모드로 넘어간다. 이름하여 '독도 뱃사람 춤'. 그뿐만 아니다. 과거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탤런트 백일섭씨가 노래 중간 '아 글씨'라고 추임새 넣듯 김 이장은 '아 그저'라고 추임새를 넣는다. "두만강 푸른 물에 (아 그저) 노젓는 뱃사공…." 넘어가는 가락이 절묘하다.

김 이장 내외는 청춘을 독도에 바치고 지금까지 독도와 더불어 살고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김 이장의 노래와 몸짓 속에는 바다와 맞서는 독도 사람의 외로움과 옹고집과도 같은 독도의 표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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