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님 더 빠질라" 기사가 택시요금 인상 반대

▲ 내년 1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대구시의 계획에 택시기사들은 불경기에 손님들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은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꼬리를 물고 늘어선 택시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내년 1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대구시의 계획에 택시기사들은 불경기에 손님들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은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꼬리를 물고 늘어선 택시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올라도 걱정, 안 올라도 걱정….'

택시비 인상방침에 택시기사들이 떨고 있다. 택시회사는 "LPG가격 인상에 매출까지 줄어 경영난에 빠졌다"며 택시비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택시기사들은 택시비가 오르면 그나마 있던 손님도 떨어져 나갈 판이라며 한숨 짓고 있다.

4일 오후 3시쯤 20m가량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빈 택시들로 가득한 지하철 대구역 앞. 기차 도착시간에 맞춰 손님을 기다려보지만 '승객 태우기는 하늘에 별따기였다. A씨는 "한 시간 동안 대구시내를 돌았는데 기본요금 손님 한 명을 태웠을 정도로 손님이 끊겼다"고 했다.

기사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내년 1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20% 안팎으로 올릴 것이라는 대구시의 계획에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기사들은 요금이 인상되면 손님 태우기가 더욱 어려워져 오른 사납금을 어떻게 메워야할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은 "기본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당장 20, 30% 정도 손님이 줄어 오히려 어려움이 더 많았다"고 했다.

11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홍모(58)씨는 택시요금이 오를때마다 사납금도 올라 1998년 5만9천원이던 것이 지금은 10만6천원으로 2배 가까이 이른다고 했다. 요즘은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사납금을 메우려 1인 1차제로 하루 14시간을 운전하는데 하루 수입은 2만원 남짓하다. 그는 "밥 먹을 때 빼고는 하루 종일 택시에 앉아 있지만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사납금을 못채워 기본급 60만원에서 떼인다"며 "요금이 오르면 손님이 더욱 줄어 벌이는 더욱 시원찮아 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치솟는 LPG가격에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개인택시들 역시, 기본요금 인상에는 다소 부정적이다. 8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모(58)씨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지만 최근 LPG가격이 너무 올라 한 달에 120만원 벌기가 힘들다고 했다. 김씨는 "2, 3년전 하루 3만원 정도 들던 연료값이 요즘에는 5만원 이상 들어가지만 손님은 오히려 줄었다"며 "기본요금을 올리면 연료값은 보충되지만 손님이 끊겨 결국 더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때문에 개인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인상보다는 LPG가격을 정부가 인하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실제 LPG 가격은 ℓ당 1천100원대를 넘어서, 1천400원대인 휘발유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 더욱이 연비가 낮은 LPG 차량의 경우 휘발유 차량보다 더 많은 연료비가 들어가는 탓에 연료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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