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연애와 사랑, 그 솔직한 맨얼굴을 보다

연애는 사랑이다? 아니다 전쟁이다?

연애는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피 터지게 상처를 주고, 영혼을 아프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에 따라 전쟁터를 방불케 하기도 한다.

7일 0시 10분 KBS2TV에 방영되는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쓸쓸한 영화이다.

주인공 연운(김승우)은 엄마가 하는 갈빗집 일을 거드는 청년 실업자다. 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편한 인생이다.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만나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며 술이나 마시는 것이 전부이다.

어느 날 섹시한 룸살롱 아가씨 연아(장진영)가 나타난다. 당당하고 거칠고, 욕도 잘한다. 사실 영운에게는 착하고 예쁜 약혼녀가 있다. 그러나 굴러들어온 연애를 마다하지도 않는다. 착한 약혼녀에 비해 연아는 마음대로 욕도 할 수 있고, 체면도 차릴 필요 없는 관계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둘은 차츰 정이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둘의 심상치 않은 사이가 영운의 엄마에게 발각되고 갑자기 결혼식 날이 잡혀버린다. 결혼은 해야 하고, 이 사실을 연아가 알면 예식장을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 뻔하다.

자신을 피하자 연아는 화가 치민다. 그의 결혼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고, 나쁜 때는 한없이 나쁜 것이 연애다. 곧 헤어질 듯 싸우다가도, 다시 팔짱을 끼고 같이 노래를 부르는, 참으로 대책 없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의 사랑은 더욱 치열하고, 과격하다. 싸울 때는 치고받는 육박전을 벌이고, 쌍욕까지 오간다. 싸우고 술 먹고, 싸우고 욕하고, 또 싸우고 섹스를 나눈다. 모든 것을 가슴 속에 담아두지 않고, 풀어버린다. 어떤 가식도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나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파이란'의 작가로 진정한 삶과 사랑의 모습을 선보였던 김해곤 감독의 첫 영화로 '파이란'의 아련함과 달리 장난처럼 사랑을 시작한 두 남녀의 대책 없고, 솔직한 연애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장진영과 김승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지적이며 우아한 매력을 주던 장진영은 룸살롱 아가씨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감행했다. 또한 '라이터를 켜라', '역전에 산다'의 김승우는 천사같이 착한 아내와 악마같이 매력적인 애인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내밀한 욕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탁재훈, 오달수, 남성진 등 배우들이 영운의 친구로 개성 있는 감초 연기를 보여준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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