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표창숙은 탈북자 모임에서 만난 김금호와 부부의 연을 맺고 있다. 둘은 관계를 맺을 때마다 콘돔을 사용하며 이를'큰돈을 번다'라는 암호로 표현한다. 한국에서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주인공과 막일을 하며 생계를 잇는 김금호에게'큰돈'은 콘돔과도 같은 존재로 내비친다.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사는 탈북자 삶의 한 단편이다.
시대를 아우르는 작가정신과 리얼리즘을 표방한 작가 이대환이 장편소설'큰돈과 콘돔'을 발간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같은 맥락에서 책을 집필했다는 이 작가는 북한 내부를 비판할 수 없는 구조에서 한국 작가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큰돈과 콘돔'은 북한의 체제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다. 표창숙이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욕망에서' 탈북을 감행한 점이 그렇다. 막일을 하며 살고 있는 김금호 역시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작은 꿈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자본주의의 꽃인 보험설계사로 일을 하며 한국사회의 자본주의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옳다 그르다 가치판단이 아닌, 삶에 녹아든 체제를 그녀의 시선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노골적인 제목과 달리 시대정신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260쪽, 9천800원.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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