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집 세고 제멋대로 구는 걸로 악명 높지. 주인이 부르면 달려가는 게 개들의 임무지만 난 아니야. 마음이 내킬 때, 혹은 내 목적에 부합될 때만 달려가고 그 외에는 그들이 죽을 때까지 불러도 꿈쩍하지 않아.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야.'
까칠한 개 한마리가 있다. 애완견 포메라니안 'Mr. 에릭'이다. 에릭은 주인을 보면 꼬리치는 그런 '착한 개'가 아니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인간을 향해 짖어대는 건방진 개다.
이 책은 에릭을 화자로 내세운 '개를 위한 소설'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막돼 먹은' 에릭은 길들여지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사람을 길들였다'며 개 주먹을 불끈 쥔다. 소설은 개의 입장에서 그네들의 스트레스와 때론 울분 터지는 마음을 시원하게 그려 냈다. 에릭의 냉소적이면서도 때론 통쾌한 에피소드는 웃음보다 우리 인간들이 그 속에 깃든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하지만 괴짜 캐릭터인 에릭도 알고 보면 사랑하는 가족 곁을 평생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믿음직스런 매력이 있다. 가족들이 그를 미워할 수만 없는 이유다.
개의 입장에서 인간들의 이기적인 태도와 어리석음을 리얼하게 그려낸 이 책은 '우리집 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책이다. 256쪽, 9천800원.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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