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엘 갔더니 자그마한 화분에
장미 몇 송이가 빨갛게 피어 있다.
조화를
생화 뺨치게 만들어 놓는
사람들의 솜씨에 감탄하며
꽃잎을 살짝 만져봤다.
그때 내 손끝에
하르르 전해오는
장미의 가녀린 떨림.
아, 그 장미는
조화가 아니라 생화였다.
수줍어 얼굴 빨개진.
미안하다 장미야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진
나도 잘 모르겠다.
장미야
정말 미안하다.
예전 반월당 심지다방 갈 때마다 눈에 띄던 간판. 저곳에 시인이 계시구나 하며 지나쳤지. 그 세월이 벌써 30여 년이다. 시인께서도 이미 고희를 훌쩍 넘기셨다. 사람 많은 번잡한 곳을 꺼려 시단에 일절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개결한 삶을 사시는 분. 그런 염결성 때문일까, 최근에 시집을 상재하였지만 어느 지면에도 언급이 없다.
화려한 수사나 이미지가 없어도 삶의 이슥함을 어루만지는 깊은 시선이 깃든 시편. 나날이 치솟는 반월당의 높은 빌딩 사이에 있는 듯 마는 듯 서 있는 키 낮은 병원 건물처럼 소박하게 빚은 시편. "정말 미안하다", 조화가 판치는 이 세상에 수줍게 핀 빨간 장미를 미처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하다 장미야/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진/나도 잘 모르겠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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