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이 따로 없다. 공사판에나 있어야 할 해머'정'전기톱이 등장해 문짝이며 집기를 박살내고 소화기 분말과 소방호스가 난무하는 모습을 두고 어떻게 민의의 전당이라 하겠는가. 신문에 실린 사진이나 TV화면을 본 국민들은 혀를 차다 못해 이런 국회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제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독으로 외교통상통일위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여야 충돌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확인시킨 정말 창피스런 사건이다. 18대 들어 한 번도 의회 본연의 토론과 협상을 보여주지 않고 사사건건 싸움질로 지새더니 끝내는 재개발 철거현장 같은 난투극을 연출한 것이다. 신성한 국회에서 악다구니가 난무한 이런 저질 활극을 보고 어린 학생들은 뭐라고 할 것인지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난번에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 보이콧과 함께 강경 투쟁을 선언했었다. 어제 충돌은 그 첫 번째 실행인 것이다. 앞으로도 한나라당이 반드시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경제 살리기와 규제 완화와 관련한 50여 개 법안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있다. 각종 법안을 따져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묵살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극한 투쟁만이 살길'이란 이미지로 국민에게 비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 쇠고기 파동부터 시작해 1년 내내 민주당이 발목 잡지 않은 사안이 있었나. 이런 과정에서 대안다운 대안을 제시한 바도 없는 게 민주당의 모습인 것이다.
거대 몸집으로 집안싸움이나 하다 집권 첫 해가 다 저물어서야 군사작전하듯 요란을 떠는 한나라당도 깊은 반성이 있어야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제 추태를 보고 그런 국민은 더 늘었을 것이다. 여야는 급증하는 정치 혐오 현상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장 국회 본모습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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