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출판한 청소년문학시리즈다. '초콜릿 전쟁'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 청소년문학작가 로버트 코마이어의 이 소설은 청소년 문학에서 통용되던 문법을 과감히 깨뜨리며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소통을 시도한다. 고난을 거치며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단선적으로 그리는 종래의 성장소설에서 벗어나 냉엄한 현실세계를 파헤친다.
이 소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러나 형식이 독특하다. 혼자 길을 떠난 한 소년의 외로운 여행기와 정체불명의 녹취 기록이 번갈아가며 등장해 도입부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두 이야기의 병행은 어느새 서로의 비밀을 보완하며 하나의 은밀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사회 이면에 숨겨진 비밀에 천착하는 이 작품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번역을 맡은 소설가 김연수씨는 " 이 책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했다.
출간 당시 복잡한 구조와 충격적인 결말로 청소년 소설로 보기 어렵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련된 감각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으나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88쪽, 9천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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