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무대를 달구는 사람들-대구 가수 '강석'

"지금 생각해보면 가수를 하라는 팔자를 타고 난 것 같아요. 노래 부르는 것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대구에서 활동중인 가수 강석(46·본명 강석환·사진)씨는 어릴때부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끼가 많았다. 무대에 서는 것이 좋았고 노래에 소질도 있어 동네 노래자랑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콩쿨에 나가 많은 상을 받았다.

달성 구지가 고향인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해 1980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구로 왔다. 지금은 노래를 가르치는 학원이 많지만 당시 노래 강습은 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도제식으로 이뤄졌다. "선생님 집에 머물면서 밥과 빨래, 잔 심부름을 하면서 노래를 배웠습니다. 하루 종일 연습을 했습니다. 시간이 나면 가까운 산에 가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피아노와 통기타 레슨을 받았습니다."

4년 정도 노래를 배운 뒤 그는 1984년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옛날에는 가수 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연예협회가 실시하는 시험을 봐야 했는데 실기·면접 모두 상당히 엄격했습니다. 합격자 명단은 게시판에 공고 했죠."

어렵게 가수가 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둘 떠나갈 때도 강씨는 지역의 무대를 지켰다. 그는 현재 대구에서 전업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은 20~30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수들의 주 무대인 회관, 나이트클럽이 1980년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강씨도 몇번이나 가수 생활을 접으려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고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영업용 택시를 몰기도 했지만 가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벌써 가수 생활 30여년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죠. 제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과 든든한 후원자인 가족이 있어 가수 생활이 힘들지만 보람도 느낍니다."

그는 2004년 가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1집음반을 냈다. 타이틀 곡은 '남자'와 '여자를 찾습니다'. 락보사노바 계열로 비트가 강한 곡들이다. 대구케이블방송에도 출연하고 있으며 영남장애인협회, 녹색환경단체 회원으로 노래를 통한 봉사활동도 열심이다. 전통 트로트 곡을 담은 2집앨범도 준비중이다. 2집앨범을 낸 뒤 3,4년 후에는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을 모시고 자선 '디너쇼'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요즘 강씨가 자주 흥얼거리는 애창곡은 '애비'다. 시집가는 딸의 행복을 기원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그린 곡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입이 아니라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좋아진다"며 "그런 노래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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