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42)씨. 3년전 이사 온 뒤로 밤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아파트 인근 구마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내는 소음 탓이다. 김씨는 "하루종일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기 힘들 정도"라며 "TV 시청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달서구 구마고속도로 인근 주민들이 이르면 3년내 고속도로 교통소음에서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청은 360억원의 국비로 구마고속도로 성서IC∼남대구 IC 8.7㎞구간에 3∼11m 높이로 총연장 19.8㎞의 방음벽을 2012년까지 설치한다고 29일 밝혔다. 무엇보다 시·구비 한푼 들이지 않고 한국도로공사·정부 예산만으로 공사를 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현재 구마고속도로 주위에는 영남 네오빌, 장기 파랑새 마을, 성서 주공 5단지 등 아파트와 일반주택 등 2만여가구 7만여명의 주민들이 소음 공해로 고통받고 있다. 구마고속도로에서 내뿜는 소음은 70dB 정도. 이는 공사장 소음과 맞먹는 것으로 TV를 켜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정도다.
이번에 설치되는 방음벽은 소음도가 심한 특정구간에는 겹겹이 세워져 소음을 줄이고 주위 미관도 고려돼 세워진다. 달서구청 한 관계자는 "소음이 아주 심한 곳은 2, 3겹씩 방음벽을 설치해 소음을크게 낮출 예정"이라며 "방음벽이 설치되면 이 일대 교통 소음을 10dB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방음벽 건설이 현실화될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구청과 주민들은 구마고속도로의 장기동쪽 구간을 기존의 4차로에서 10차로로 확장한 2005년부터 한국도로공사와 방음시설의 설치 의무와 비용 부담을 두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 왔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특히 장기동 일대 영남 네오빌, 장기 파랑새 마을, 성서 주공 5단지 등 4개 아파트 주민들이 2006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환경부에 환경분쟁 조정 신청을 했으나 일부 승소만 해 사실상 방음벽 설치가 불투명했다. 그후 구청은 실무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주민들과 수시로 접촉, 주변의 도시개발로 인한 사업시행자(도로공사)의 방음시설 설치 의무를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설득했다. 그 결과 3년여만에 정부로부터 '국비 지원 360억원'이라는 낭보를 전하게 됐다. 달서구청 환경보호과 김창수 과장은 "3년간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관련법을 일일이 검토하고 끈질기게 정부를 설득해 결실을 얻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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