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또는 저처럼 결혼 때문에 오기도 합니다.
저는 고국 러시아에서 한국에 2000년에 왔습니다. 벌써 8년!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인지 이제는 제가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 저는 저의 가족들과 다르게 매운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저는 한국음식이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처음 먹는 매운 김치도 제 입에는 맛있게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김치가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특히 러시아에 있을 때 한국이 많이 그립습니다. 아마도 한국이 제 2의 고향이라 생각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았습니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는 얘기 중에서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내가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된 것 같다면? 만약에........ "
- 냉장고에 언제나 김치가 들어있는 것.
- 일본 사람이 별로 좋지는 않은 것.
- 포크보다 젓가락이 더 익숙해진 것.
- 휴가는 꼭 여름에 가는 것.
- 원래는 러시아가 춥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춥다고 느껴지는 것.
- 러시아에 갔을 때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
- 다른 외국인들을 보면 "어! 외국인이다!"라고 말하는 것.
- 친정에 전화했는데 어떤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
- 러시아 음식이 느끼하게 느껴지는 것.
- 한국 사람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때.
- 고기 요리할 때 소금 대신 설탕 넣을 때
- 러시아에서 한국 상표나 한국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을 보고 기뻤을 때
한국이란 나라는 아주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러시아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재미있는 나라로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예전에 러시아는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금지된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발음을 잘 하지 못해서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웃긴 에피소드가 생깁니다.
예전에 제가 임신 했었을 때, 산부인과에 갔었습니다. 그 때 제 담당의사가 잠시 출장을 갔다고 간호사들이 말해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당의사가 어디에 갔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어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의사'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렇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라고 말했더니, 간호사들이 하하하하 웃었습니다. 그러고선 "이사 안 가셨어요, 내일이면 오실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간호사들은 의사를 이사로 들은 것이었습니다. 그 때 너무 무안하기는 했지만 아무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또 비슷한 얘기가 더 있습니다. 예전에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 왔습니다. 그 친구는 한 번도 다른 나라를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목욕탕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며칠 뒤, 저와 친구는 목욕탕에 갔습니다. 제가 먼저 샤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그 친구가 이상한 행동도 하고, 보디빌더를 따라 하기도 하고, 워킹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서 턱이 빠질 뻔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너 어디 아프니?" 라고 말하니, 그 친구가 경고판을 가리켰습니다. 거기에는 "SHOW YOUR BODY BEFORE USING SWIMMING POOL.(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 몸을 보여주시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난 이 글을 따라한 것뿐이야."
그것을 보고 목욕탕 주인이 Shower를 SHOW로 착각해서 잘 못 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의 뜻은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하시오"였습니다. 그 날 우린 배꼽이 빠질 때까지 계속 웃었답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는 춥기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왜 사람들이 증거 없이 그렇게 생각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저에게 "러시아는 항상 춥기만 하지? 그렇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니에요, 러시아도 여름이 있고 여름엔 반바지, 반팔도 입고, 해수욕장 가서는 비키니도 입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은 "정말? 정말 여름이 있어? 더워? 안 추워?"라고 물어보며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아마 정말 못 믿는가 봅니다. 어느 날 친구가 아들이랑 지하철에 있을 때 한국 사람들이 그 애기가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언제나 "한국말 어떻게 알아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친구 아들은 "학교에서 공부해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그래? 오~잘한다. 근데 왜 영어도 해? 영어도 배웠어?"라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 친구 아들은 "아니요. 전 영어 배우지도 않았고 못 하는데요? 전 영어는 못하고 러시아말로 해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래? 영어는 학교에서 배웠어?"라고 합니다. 다시 친구 아들은 "아니요, 전 영어를 못 한다니까요? 전 러시아 사람이고, 영어는 하나도 못해요. 러시아말이랑 한국말 밖에 모른다니까요."라고 합니다.
이럴 때 보면 한국 사람들은 너무 웃기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간에 다 영어로 보는 게 참 희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한국말 한마디만 하면 다 한국말을 잘한다고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슈퍼에 가서 "안녕하세요? 참기름 좀 주시겠어요?"라고만 말해도 사람들 모두 "와~한국말 잘 하시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러시아에는 곰만 있는 줄 알고 "너희 나라에도 강아지가 있어? 고양이도 있고?"이렇게 말하는 경우, 그리고 호주에는 캥거루와 코알라만 있는 줄 알고 "너희 나라에는 다른 동물들도 있어?"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에도 한국 사람들이 어이없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되고 그리고 웃기다고도 생각됩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이 이런 편견은 버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아주 좋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역시 한국은 정말 행복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재미있는 일들, 웃기는 일들, 어이없는 일들, 짜증나는 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로 한국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놀리거나 우습게보거나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따돌리거나 힘들게 생각하는 건 정말 싫습니다. 저 같은 외국인들도 한국어, 한국의 전통, 한국의 예절 등을 모를 뿐 다른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외국인들도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니킷첸코 율리야(러시아·전북 익산시 영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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