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꽃으로 내일을 용접한다."
지난달 30일 대구시 동구 신천동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실습실. 앳된 얼굴의 고교생들이 용접봉을 들고 '불꽃 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반계고 직업과정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고3 학생들이다. 친구들은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 대학진학 준비를 할 때 이들은 입시준비 대신 기술과 자격증의 길을 택했다.
박정강(울진 후포고)군은 고교 진학 후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2년 동안 학교생활이 지겨웠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담임교사의 권유로 직업과정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지금은 자동차수리 공부에 빠져있다. 박군은 "학교에 계속 다녔다면 빈둥빈둥 놀았겠지만 1년 동안 직업과정에 열심히 참가한 덕분에 자동차진단평가사, 자동차 차제수리기능사 등 2개의 자격증을 땄다"며 "자동차정비공장에 취직을 했는데 앞으로 열심히 돈을 모으고 기술을 익혀 자동차정비업소를 차리겠다"고 말했다.
학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선택은 쉽지만은 않았다. 류남규(대구 경상고)군은 "공부를 잘 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갖고 싶었지만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직업교육을 받겠다고 하니 부모님들이 처음엔 반대를 하셨지만 자격증을 하나 둘 따는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지금은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셨다"고 자랑했다. 류군은 10개월 동안 워드프로세서 1급, 자동차진단평가사, 차체수리기능사, 자동차정비기능사 등 자격증을 4개나 갖게 됐고 대구공업대학 자동차과에 합격했다.
박대용(청도 모계고)군은 "고2까지 하기 싫은 공부를 대충했고 뚜렷한 목표도 없었는데 이제는 최고 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전문대학에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박군은 어머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용돈과 학비를 벌어 공부할 수 있게 된 자신을 대견스러워 했다.
자동차정비기능사 등 4개의 자격증을 딴 박광흠(예천 감천고)군은 고2 때까지 공부를 잘 하지 못해 주눅이 들어있었으나 직업교육을 받은 뒤부터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박군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사회에서 뭔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 홍재일 과장은 "한 해 동안 직업교육을 받은 180여명의 고3 학생 가운데 중도에 포기한 학생은 2명에 불과했고 모두 2개 이상의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일반계고 직업과정 프로그램은 고3 학생을 대상으로 3월부터 1년 동안 학교수업 대신 위탁교육기관에서 하루 6, 7시간씩 무료로 직업교육을 하는 제도이며 2008학년도 경우 대구에선 485명이 참가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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