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재·제작 완성도 높아…다큐멘터리 전성시대

2007년은 '차마고도', 2008년은 '북극의 눈물'. 제작비와 제작기간, 스케일 등에서 가히 '블럭버스터급'인 국내 다큐멘터리가 안방극장을 감동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특히 HD(고화질) 방송이 시작되면서 고품격, 고화질 영상을 내세운 국내 다큐멘터리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그간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소재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재미없다'는 통념도 깨져버렸다.

◆'차마고도'에서 '북극의 눈물'까지

시청자들의 뇌리에 '우리 다큐멘터리도 대단하다'는 의식을 심어준 첫 작품은 KBS 1TV '차마고도'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제치고 방송 대상을 차지한 작품도 바로 '차마고도'였다. 편당 2억원을 들여 총 12억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2006년 4월부터 2007년 8월까지 1년 4개월여에 걸쳐 3개 촬영팀을 동시에 동원해 차마고도를 HD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방영 전 스페인, 폴란드, 터키 등지에 선판매됐고 지난해 3월 초에는 일본 NHK 전파를 탔다. KBS는 올초 '누들로드'를 통해 '차마고도'의 영광을 이어갈 계획이다. 2년 4개월여 간 제작비 8억원을 투입했다.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신석기인들이 고안해 낸 '국수'가 지난 4천여년 간 시간과 국경을 넘어 전파되며, 세계의 식탁에 오른 여정을 담았다.

김선호(45)씨는 "어린 시절 봤던 일본 NHK '실크로드'나 '대황하'를 능가하는 감동을 느꼈다"며 "픽션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다큐멘터리의 힘을 새삼 절감했고, 재방송도 빼놓지 않고 봤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은 EBS 다큐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약 8천만년 전 한반도가 타르보라우루스와 벨로키랍토스, 테리지노사우루스 등 거대 공룡의 낙원이었다는 사실에 착안, 16억원을 들여 공룡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지난해 다큐멘터리의 대미를 장식했던 MBC 3부작 '북극의 눈물'.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의 환경파괴를 고발한 이 작품은 9개월 간 제작비 20억원이 투입됐으며, 제작진이 그린란드와 캐나다 등 북극권에서 4개월간 머물며 북극의 고화질 영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집계 기관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7%, 10.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북극의 눈물'은 극장 개봉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장용에 맞게 음악과 음향 조정 등 후반작업을 거친 뒤 시간도 3부작 180분을 90분 가량으로 재편집하게 된다.

주부 최향미(34)씨는 "방영시간이 조금 늦어서 본방송은 어른들만 봤는데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후 재방송 때에는 아이들과 함께 봤다"며 "특히 먹잇감과 사냥감이 사라져서 녹아내린 빙판을 헤매는 북극곰과 이누이트족을 보면서 우리에겐 쓸모없어 보이는 눈밭이 얼마나 소중한 지 배웠다"고 했다.

◆지역 방송가에도 고품격 다큐멘터리 바람

제작비를 비롯한 여러 여건이 불리한 가운데 지역 방송사들도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 작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힘든 지역 여건을 감안할 때 다큐멘터리는 승부를 걸어볼 좋은 장르. 하지만 제작비나 인력 지원에서 열세에 있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모 방송국 한 PD는 "지역의 다큐 제작비용은 서울쪽의 10분의 1정도에 그친다"며 "인력도 한 프로그램에 일년씩 전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틈틈이 다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지역의 다큐멘터리 제작비용은 편당 국내는 2천만원선, 해외 취재가 포함되면 3천만~5천만원 정도이다.

그럼에도 지역의 다큐는 선전하고 있다. '북극의 눈물' 1부가 방영되던 시간, 대구방송(TBC)은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의 두꺼비 생태를 다룬 HD다큐멘터리 '환경기획 두터비 두꺼비'를 내보냈다. 망월지는 두꺼비 산란·부화 장소로 지난해 5월말 이 곳에서 부화한 새끼두꺼비 200여만 마리가 서식지인 주변 산으로의 이동을 앞두고 있다 떼죽음을 당했던 곳. 당시 같은 시간대 방영된 '북극의 눈물' 시청률은 10.3%였고, '두터비 두꺼비'는 대구경북에서 무려 9.9%'(시청률조사회사 TNS 집계)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TV를 켠 가구만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점유율에서는 '두터비 두꺼비'가 20.4%로 오히려 '북극의 눈물'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TBC는 2006년 '특별기획 2부작-독도 바다사자'에서 1940년 6월 나가타 요시히시라는 이름의 일본인이 독도 바다사자의 서식 장면을 촬영한 8㎜ 영상을 국내 방송사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제작을 맡았던 전유형 PD는 "당시 방송위원회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비만 1억4천여만원이 들었다"며 "제작 여건상 지역에 적합한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가 힘들다"고 했다.

대구MBC는 한국방송사상 처음으로 몽골 최대 방송사인 몽골공영방송과 우호 협력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10부작 다큐 '몽골'을 제작했다. 지난해 6월에는 HD 다큐멘터리 '몽골로 간 한국 전쟁고아'를 방영했다. 몽골 국립영화제작소에 소장된 당시 북한 전쟁 고아들의 생생한 동영상과 함께 당시 고아원에서 일했던 몽골인 교사, 조리사, 의사들의 증언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전쟁고아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담아냈다. 지난 성탄절에는 대구시 북구 사수동에 있는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을 매스컴 사상 처음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KBS대구방송총국은 지난해 10월 '가야금, 12현으로 날다'를 방영했다. 세계 각지에서 서양 악기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 가야금에 주목하는 이들을 취재해 6개월 동안 제작한 것. 지난 2007년 11개월간 알래스카 등 주요 번식지와 월동지를 추적해 제작한 환경 다큐멘터리 '두루미, 구미습지에 날다'를 'KBS 환경스페셜'을 통해 방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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