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어머니가….'
가출한 후 10여년간 자녀를 돌보지 않다가 남편이 사고로 숨지자 친권자라며 나타나 억대 재해보상금을 받아 가로채고 자녀까지 내쫓으려한 비정한 어머니에게 법원이 친권 상실 선고를 내렸다.
대구지법 가정지원은 5일 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보상금으로 산 아파트를 가로채는 등 친권을 남용했다며 B(21·여)씨가 어머니 A(51)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권 상실 심판 청구 소송에서 "자녀의 복리를 고려하지 않고 친권을 남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96년 남편과 불화를 겪게 되자 당시 10세, 9세이던 두 딸과 7세 아들을 남편에게 맡겨둔 채 집을 나왔다. 가출 후 남편 명의로 된 보험문제로 한두 차례 만난 것 외에는 자녀와도 연락을 끊고 살아오다시피 했다.
그런 A씨가 자녀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12년 만인 지난해 8월. 혼자 삼남매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던 남편이 공사현장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다. A씨는 단독 친권자임을 내세워 남편 앞으로 나온 1억5천만원의 재해보상금을 받았고, 그중 1억원으로 미성년자인 아들(현재 19세)명의로 아파트를 샀다.
그러나 A씨는 한 달 만에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팔 계획이라며 집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고, 자녀가 이를 따르지 않자 몰래 인감 분실 신고를 내고 자녀의 통장 잔고까지 빼내 가버렸다.
참다 못한 딸 B씨 등은 A씨를 상대로 친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과 친권 상실 심판 청구소송을 법원에 내자, A씨는 보름도 안돼 집까지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A씨는 알고 지내던 남성 앞으로 임의로 아파트를 처분한 뒤 3일 만에 다시 자신 명의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버린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 자녀를 두고 집을 나가 10년 넘게 전혀 돌보지 않은 점, 현재까지도 재산문제로 자녀와 심한 다툼을 벌이고 있어 향후 친권 남용의 개연성이 매우 높은 점, 자녀가 친권 행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에게 친권을 행사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가정지원 차경환 판사는 "지난해 말 탤런트 최진실의 사망 이후 전 남편인 조성민씨의 친권 회복문제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반대했던 것도 혹시나 이런 일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친권은 부모의 의무이며 포기될 수 없는 존엄한 권리인데 이를 저버린 세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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