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이율 200%' 高利 사채 겁난다

김성호(가명·66)씨는 요즘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다. 2년 전 아픈 아내와 두 손자를 키우기 위해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500만원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빌린 돈은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2억원 가까운 빚이 됐다. 사채업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집으로 찾아와 돈을 갚으라며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다. 가전제품도 마구잡이로 가져갔다. 집 앞에는 채권추심업체가 보낸 독촉장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김씨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형편에 저 빚을 어떻게 갚느냐"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사채의 구렁텅이에서 신음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악덕 사채업자들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개인회생, 파산을 신청하는 채무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에 따르면 2007년 21건에 불과했던 개인회생 구조사례는 지난해 160건으로 급증했다. 파산신청에 따른 구조사례 역시 같은 기간 255건에서 358건으로 103여건이 늘었다. 법률구조공단 한 관계자는 "신청인 대부분은 은행, 제2금융권에 이어 결국 사채에까지 손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빚이 불어난 경우"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부업체 이용자의 상담건수는 412건으로 이중 과도한 이자율 문제에 대한 민원이 22%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일부 대부업체들은 자신들의 돈을 갚지 못하면 다른 대부업체의 돈을 빌려 갚게 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등 '빚내서 빚갚기'도 예사로 저질렀다.

중고자동차 상사를 운영하는 이준태(가명·31)씨는 지난해 5월 무등록 대부업자로부터 차량을 담보로 빌린 5억여원을 못 갚아 협박에 시달리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가 대부업자들에게 빌린 돈의 이율은 100~300%. 법정 이자 49%를 훨씬 웃도는 고리 사채였다. 업자들은 이씨를 공원으로 끌고가 주먹을 휘두르며 '네가 다 책임지고 교도소 가라'며 협박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무등록 업자이다보니 이자율도 부르는게 값이었다"고 했다.

현재 개인파산을 준비중인 김성태(가명·42)씨는 한 사채업자로부터 병원비와 생활비를 빌린 후 인생이 산산조각났다. 김씨가 빌린 돈은 서류상 350만원. 하지만 연이율이 200%에 가까웠다. 돈 빌린지 3개월도 안돼 업자들은 "인감을 내놓지 않으면 알아서 하라"며 김씨를 협박했다. 김씨가 돈을 갚으려해도 이들은 감감 무소식이었고, 1년 뒤부터 온갖 명세서가 날아들었다. 업자들은 김씨 명의의 집으로 은행 담보대출을 받고 차량도 구입했다. 김씨 명의로 대출받은 곳만 30곳이 넘었다. 김씨는 "350만원을 빌렸는데 몇년 만에 3억원에 가까운 빚이 되버렸다"며 울먹였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 "영남지역 280여명의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넘는 이들이 언어폭력, 폭행, 협박 등 비인간적인 처사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채업자들의 빚독촉에 시달려 재기의 의지마저 잃어버린 이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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