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끝 날짜가 1일과 6일 5일장이 선다.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아담하고 소박하며 사람내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장터라 볼거리 또한 많다.
뻥튀기를 하시는 할아버지는 20분마다 '뻥이요' 소리치고, 장날마다 깨 볶고 참기름 짜는 방앗간 아저씨 집을 지나칠 때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싸우는 것처럼 들리는 경상도 투박스런 말투로 여기저기 흥정하는 모습까지 참 보기 좋다.
설음식 할 때 쓸 참기름을 짜거나 떡국을 끓이기 위해 가래떡을 뽑는 방앗간은 예나 지금이나 명절이 가까우면 사람들로 붐빈다. 방앗간에 사람들이 많이 밀리기에 일찍 가야 한나절 안에 끝이 나기 때문에 쌀을 넣은 망태에 보자기로 싼 것을 들고 줄서는 것은 항상 내 당번이었다. 쌀 보자기를 줄세우고 사람들은 난로 가에 모여 앉아 갓 뽑아낸 가래떡을 하나씩 맛보며 수다를 떨고 있으면 방앗간 아주머니는 "이 분홍색 쌀 보재기는 누구 집 끼고?" 라고 외친다. "응! 내끼다." 라고 말씀하시고는 본인 것을 확인한다.
하얀 김을 모락모락 내며 엿가락처럼 쭉쭉 늘여지는 가래떡을 보면 꼭 깊은 산속 계곡에 얼지 않은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내 차례가 되어 다된 따끈한 가래떡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투덜대며 집을 나설 때와는 다른 뿌듯함과 맛있는 떡국 한 그릇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올해도 나는 준비된 가래떡 뽑기 당번으로 대기 중이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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