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장날 방앗간엔 가래떡처럼 긴 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우리 동네는 끝 날짜가 1일과 6일 5일장이 선다.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아담하고 소박하며 사람내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장터라 볼거리 또한 많다.

뻥튀기를 하시는 할아버지는 20분마다 '뻥이요' 소리치고, 장날마다 깨 볶고 참기름 짜는 방앗간 아저씨 집을 지나칠 때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싸우는 것처럼 들리는 경상도 투박스런 말투로 여기저기 흥정하는 모습까지 참 보기 좋다.

설음식 할 때 쓸 참기름을 짜거나 떡국을 끓이기 위해 가래떡을 뽑는 방앗간은 예나 지금이나 명절이 가까우면 사람들로 붐빈다. 방앗간에 사람들이 많이 밀리기에 일찍 가야 한나절 안에 끝이 나기 때문에 쌀을 넣은 망태에 보자기로 싼 것을 들고 줄서는 것은 항상 내 당번이었다. 쌀 보자기를 줄세우고 사람들은 난로 가에 모여 앉아 갓 뽑아낸 가래떡을 하나씩 맛보며 수다를 떨고 있으면 방앗간 아주머니는 "이 분홍색 쌀 보재기는 누구 집 끼고?" 라고 외친다. "응! 내끼다." 라고 말씀하시고는 본인 것을 확인한다.

하얀 김을 모락모락 내며 엿가락처럼 쭉쭉 늘여지는 가래떡을 보면 꼭 깊은 산속 계곡에 얼지 않은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내 차례가 되어 다된 따끈한 가래떡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투덜대며 집을 나설 때와는 다른 뿌듯함과 맛있는 떡국 한 그릇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올해도 나는 준비된 가래떡 뽑기 당번으로 대기 중이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해 51.5%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스타벅스 코리아는 마케팅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해 오는 22일 전국 매장에서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신세계그룹은 17일 역사 ...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상임위원 7명이 청사에 출입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의문...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