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인생의 종착역 강원랜드 카지노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함께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물경제가 크게 어려운 처지이지만 고객이 종전보다 더 늘어나면서 연일 북새통이 벌어지고 있는 곳. 한탕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 위치한 강원랜드는 바깥 세상과는 판이한 곳이다. 하루 20시간동안 사람들이 넘쳐나고 모두가 분홍색 녹색 연탄색 노란색의 동그란 칩에 눈을 꼽은 채 딜러의 손놀림과 카드의 숫자에 눈 동자를 번득거리며 따라가고 있다. 강원랜드 내 사우나와 음식점은 물론이고 사북읍의 음식점과 전당포, 찜질방 등은 성업중이다.

바카라, 블랙잭, 룰렛, 빅휠, 다이사이, 포커와 슬롯머신 게임으로 온통 시끄러운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시끌벅적하다.

입장을 위해서는 신분증과 5천원을 제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입장권과 신분증을 들고 카지노 출입구 검색대를 거쳐 입장 허가를 받는다. 주말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부터는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과 입장을 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같은 혼잡함은 일요일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다. 매일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만 문을 닫으므로 하루 20시간 영업을 하는 셈이다.

서울에서는 매일 새벽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이 때문에 카지노 출입객 중 서울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란 게 서울에서 카지노를 찾는 사람의 얘기다. 서울의 가정주부가 "잠깐 볼일 보고 온다"고 하고서는 버스를 타고 와서 게임을 하고는 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가 하면 어떤 젊은이들은 "직장에 간다"고 하고 집을 나와 종일 도박을 하는 이도 있다는 게 많은 출입자들의 얘기다.

다행히 2월 1일부터는 월간 출입횟수를 종전 20일에서 15일로 제한하는 조치가 단행된다. 이같은 내용을 고지하자 카지노를 생업전선으로 삼아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불만을 쏟아놓고 있지만 매우 잘 한 조치라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차제에 출입 일수를 더 제한 하는 게 바람작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줄 서기 경쟁

강원랜드 카지노를 이용을 위해서는 전날 0시 이전까지 ARS(자동응답서비스)로 입장신청 등록을 해야한다. 입장신청 등록을 한다고 모두 입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0시 이후에 ARS 신청에 대한 당첨 여부가 휴대전화로 통보되는데 당첨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어떤 사람은 올해 들어 7번 신청했는데 한번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RS에 당첨되면 오전 10시 입장을 위해 9시 30분쯤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 당첨 순번별로 입장을 한다. 이때 2천명 가량이 카지노 로비에 몰려 북새통이다. 도박성이 강해 제일 인기가 높은 바카라 1만~30만원 테이블에 앉으려면 적어도 400번 이내의 번호를 받아야 한다. 10만원 한도의 자리는 600번까지도 가능하다. ARS 당첨으로 입장한 사람들의 경우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는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해야 한다. 그후에는 동료에게 자리를 넘기거나 일부는 자리를 매매하는 등으로 사람이 바뀌지만 돈을 받고 자리를 넘기는 일은 적발시 출입정지 등으로 엄격히 규제하지만 횡행하고 있다. 1만~30만원 배팅할 수 있는 '10~12시 예약석'이라는 푯말이 적힌 테이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당초 ARS 당첨자가 앉아야 한다. 돈을 모두 잃었을 경우도 맘대로 자리를 넘길 수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 좌석이 카지노 규정으로 매매가 금지돼 있지만 최소 1,2만원에서부터 20여만원까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이해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주변에 등산 갔다가 이곳에 들른 J씨에 따르면 포커 좌석은 10만원, 바카라 좌석은 20만원에 사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실제로 그는 바카라 좌석을 15만원에 사서 앉아 게임을 했는데 주윗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리값이 게임 종류에 따라 5만~2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숙자를 들끓어

강원랜드 카지노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외국의 쾌적하고 또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지노와는 영 딴판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게임장이 아니라 도떼기시장이다. 슬롯머신의 경우는 미리 점유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못하도록 코인 구멍에 지폐 등을 꽂아두고 자리를 비우는 등으로 게임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특히 게임방법이 쉬운 바카라의 경우는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뒤로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사람들이 둘러싼채 너도나도 투전(배팅)을 하는, 그야말로 돈놓고 돈먹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미 강원랜드 카지노가 6년여째 영업을 하면서 이곳에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도 도박에 맛을 들인 나머지 벗어나지 못한채 머물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는 노숙자들까지도 이곳을 찾아 들면서 불결하기까지 하다. 사시사철 하루에 4시간을 제외하고는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다 못해 많은 사람들로 인해 덥기까지 한 곳이기 때문에 입장료 5천원만 있으면 지내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도박에 빠져 생활력이나 일에 대한 흥미를 잃고는 단돈 1만원만 생겨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 자주오는 서울의 50대 아주머니에 따르면 주로 보이는 사람만 보이고, 앞 사북의 8천원짜리 찜질방에서 자고 카지노를 오가며 생활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 카지노관련 노숙자가 수천명에 이른다. 노숙을 하는 노숙자가 아니라 카지노로 인해 재산을 탕진하거나 도박에 빠져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지 않는 게 상책

이곳 출입 3개월째라는 서울의 K씨(여.54)는 "1천500만원을 잃고는 본전을 하려는 생각에 오다 보니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돈을 많이 잃을 때면 앞 찜질방에서 자는 등으로 며칠을 보낸다"고 말했다. "오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집에 누워있으면 카드가 눈에 아른 거려 올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말했다.

공무원 퇴직 후부터 3년여간 이곳을 찾고 있다는 L씨는 "첫날 30만원을 잃고는 분을 못이겨 드나들게 된 것이 그만…, 때론 돈을 따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론 퇴직금을 모두 날린 셈이 됐다"면서 "애시당초 출입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주에서 온 50대 아주머니는 남편 몰래 땅 판돈 5천여만원을 다 날리고 오도 가도 못하고, 카지노와 인근 찜질방을 맴돌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30대 여성은 "바카라 게임으로 하루에만 1천만원을 잃었다"면서 "제발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얘기도중 아직은 어려보이는 아이들의 전화가 계속 울리자 "엄마 곧 간다"면서 전화를 다급하게 끊고는 또 다시 게임에 빠졌다.

게임장 안에서 10명에게 "돈을 딸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모두가 '노우(No)'라고 답했다. 그리곤 "제발 출입을 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에는 돈 잃고, 건강 잃고, 직장과 하는 일까지 포기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은 돈잃고 사람 버려

강원랜드 카지노 오픈 이래 지금껏 출입하면서 수억원을 날렸다고 하는 60대 남자는 "모든 게임은 장시간 하면할수록 딜러에게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며, 결국은 돈을 다 잃고만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었을 거"라면서 발을 디뎌 놓은 데 대해 후회를 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도박하는 데 쏟아붓고는 이제는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ARS로 당첨받은 자리를 10만원선에 파는 등으로 바닥인생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당일 70만원을 갖고와서 모두 잃었다는 원주서 온 50대 후반의 아주머니. 본전할 길이 없자 한꺼번에 배팅 금액을 많이 해서 많이 먹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손을 빌려주고 하루 일당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카라의 경우 최고 1인당 30만원까지만 베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옆 사람에게 30만원을 줘 이기면 30만원을 더 먹는 방법이다. 아주머니에 따르면 손을 빌려간 사람이 500만원가량 따면 50만원을 주고 간다. 하지만 "손을 빌리는 사람들의 경우 잃을 땐 역시 두 배수로 잃기 때문에 대부분이 돈을 잃고간다"면서 "최고 한판에서 5천만원 이상 잃는 경우도 봤는데 안타깝고 또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다는 60대 아주머니는 남편이 없어 자녀들을 시집장가 보내고 혼자 남아 심심하고 쓸쓸하던 차에 친구와 함께 이곳에 왔다가 단골이 된 케이스. "3개월가량 카지노에 머물면서 잠도 잘 못자고, 먹는 것도 부실하다보니 몸이 엉망이 됐다"면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출입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중풍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60대 아주머니는 "남편이 이곳에서 재산을 탕진하고 난 뒤 충격으로 병이 왔다. 그 후론 남편과 함께 오고 있는데 쉬울 것 같았지만 결국에는 재산을 다 털어먹었다"면서 후회했다. 그리곤 주변의 한 아주머니는 남편이 죽을 때 "제발 도박을 하지 말라"고 유언까지 했는 데도 남편의 연금을 받아 카지노 출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젊은 층 제한 등 대책 필요

요즘 방학철을 맞아 하이원스키장으로 스키를 타러온 대학생들이 10분 거리의 카지노 출입을 하면서 더욱더 북새통이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도박성이 가장 높다는 바카라 게임에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바카라 게임은 5천원부터 30만원까지 돈을 배팅할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배팅 금액 만큼을 딸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거나 중독될 경우 앞으로 대학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까지 접고 이곳으로 와야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곳에 입맛을 들일 경우 직장생활 등에 의한 건전한 경제활동 등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대학생이라는 L씨는 "스키 타는 것 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다"면서도 "겁이 난다"고 했다. 현금을 칩으로 바꿔 게임을 하다보니 돈에 대한 가치 판단기준이 사라진 것 같고, 또 시간을 내서 와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이 학생 역시 잠시동안 50만원을 잃었다. 이곳에는 20~30대 젊은 남녀들이 즐비하다. 대다수가 도박(한탕주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도박에 흥미를 느낀 여성들의 경우는 정상적인 결혼 생활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이곳을 출입하는 여성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하이원스키장과 5분 거리로 스키장에 오는 젊은이들의 경우 대다수가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출입 연령대의 상향 조정 등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각종 유인책도 없애야

출입객을 상대로 '콤프'로 불리는 하이원 회원카드를 발행하고 있는데 이는 이곳 출입의 충성도를 높이고 영구 고객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져 있다. 포인트 카드로 카지노 내 카페에서 커피 등 음료를 마시고 뷔페식당에서 식사도 한다. 또 강원랜드 호텔방을 이용하고, 사우나를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돈을 잃는 사람들에게 적은 혜택을 줘가며 단골고객을 만드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차량까지 잡혀

강원랜드 앞 사북에는 전당포가 즐비하다. 전당포에 맡기는 물건이 금은 등 보석도 많지만 눈에 띄는 것은 차량이다. 포항에서 온 Y씨는 "차량을 700만원에 전당포에 맡겼다가 집에서 돈을 가져와 찾았다"면서 "카지노에서 돈을 따서 차량을 되찾는다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사북읍내 공터는 일반 차량들이 주차할 공간 마저 없다. 저당잡힌 차량들이 장기 주차해 있기 때문이다. 전당포에 맡겨진 차량들은 모두 핸들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혹시라도 주인이 차량을 몰래 몰고갈까 싶어서 시건장치를 해 둔 것이다. 이곳에는 차량을 전당포에 수 일에서 수 개월간 맡겼다가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셀프 세차장도 성업중이다.

한편 강원랜드 카지노는 1995년 12월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내국인 카지노 근거)'제정, 공포를 바탕으로 2000년 10월 스몰 카지노호텔 개장, 2003년 4월 강원랜드 호텔·카지노 및 테마파크 개장에 이어 2004년 10월 방문객 500만명, 2007년 12월 연방문객 360만명과 함께 매출 1조원, 자산 2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12월에는 강원랜드 하이원스키장과 콘도를 개장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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