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인 포커스]동부생명 조재홍 사장

동부생명 조재홍(55) 사장의 경영철학은 "회사의 이익을 최대한 적게 하자"는 것이다. 가능한 한 최대의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CEO의 경영철학으로서는 다소 부적절하다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자의 '의심(?)'을 감지했는지 조 사장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동부는 20년이 채 안 된 생보(생명보험) 업체로서는 젊은 회사입니다. 젊음이란 '정직'과 '약속'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이 늦더라도 회사의 신뢰가 쌓이면 이윤 창출이 뒤따릅니다. 신뢰는 금전적 가치를 뛰어넘는 것이죠. 우리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않을뿐더러 못 지킬 상황이 발생하면 과감히 용서를 구합니다. 실수를 고백하는 것 또한 '젊은 용기'이니까요."

그는 '벽돌'을 자신의 역할로 생각한다. "동부생명은 앞으로 100년 갈 회사입니다. 제가 사장으로 있을 동안 좋은 집으로 만들어 놓을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100년이 가도 튼튼히 제 역할을 다하도록 벽돌 한 장만이라도 제대로 놓는다면 직장 생활을 감사히 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과주의 리더십이 판치고 있는 보험 시장에서 조 사장은 '덕'(德)을 쌓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덕은 사랑에서 나온다. 고객 사랑이자 직원 사랑이다. 덕의 리더십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의 종교적 신념과도 무관치 않을 게다. 그의 형제 6남매는 최근 모여 모두 대과(大過) 없이 직장 생활을 마감했거나 마감 예정인 것에 감사했는데, 비결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기도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후손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저절로 반성하게 됩니다."

삼성생명 전무에서 동부생명 사장으로 부임한 지 올해로 4년이다. 이제는 그의 리더십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최근 2년간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민원평가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 54만명이던 고객이 62만명으로 불어났다. 신규 계약 건수로는 업계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특히 고객만족도 부문에선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을 능가할 자신이 있다. 삼성생명이 고객 800만명을 만족시키기보다 동부생명이 고객 62만명을 만족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향을 물어보니 "대구 동인동 4가 416의 3번지입니다. 당시 집 앞에서 동부세무서가 보였습니다"라며 50여년 전의 주소를 정확히 기억했다. 건축가인 아버지는 서현·서성로 교회 등 대구의 유명교회 건축은 도맡다시피 했다. 대구가 그리운 것은 부친의 손때가 묻어있는 건축물 때문이기도 하단다.

2007년 텔레마케팅 본부인 컨텍센터(100석 규모)를 지방에선 처음으로 대구에 만들었다. "대구의 소비 심리는 보수적이어서 지역을 오랫동안 개척해야만 실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후발 주자지만 고객 감동을 위한 덕의 리더십이 통한다면 제 고향인 대구도 동부를 아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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