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박 삼키는 '버뮤다 삼각지대'…울산 앞바다에도 존재?

선박을 소리없이 빨아들이는 '마의 해역 버뮤다 삼각지대'가 국내 해역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울산시 동구 방어진 동쪽 54㎞ 해상에서 선원 9명을 태운 동해 선적 트롤어선 영진호(59t)가 마지막 교신을 한 후 갑자기 실종된 이유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현재까지 6일째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양경찰은 오징어 500상자를 싣고 귀항하던 영진호가 이 해역 부근에서 어떤 갑작스런 이유로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관측기술연구부 정갑식 박사는 이번 사고와 관련, 해저 메탄가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곳이 국내에 3곳(제주 마라도, 울산, 포항과 울릉도 사이의 울릉분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 박사는 "바다 속에서 갑자기 메탄가스가 분출되면서 큰 거품덩어리가 물 위로 올라오고 그 거품덩어리가 배를 둘러쌀 경우 물의 밀도가 낮아져 배는 부력을 잃고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4년 전인 2005년 1월 26일 오전 5시25분, 영진호의 사고 해역에서 6㎞ 떨어진 방어진 동쪽 60㎞ 해상에서 영진호의 경우와 아주 흡사한 51t급 트롤어선 대현호 침몰 사고가 또 있었다. 이 사고로 선원 10명 중 7명이 실종됐고 선체는 지금까지 인양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2시 42분에도 영진호 사고 해역에서 북쪽으로 6㎞쯤 떨어진 경주시 감포항 동방 54㎞ 해상에서도 79t급 통발어선 115한일호가 갑자기 거세진 파도에 전복되면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메탄가스층이 분포된 울산앞바다 등 3곳에 대해 메탄가스와 선박 침몰 간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해경은 영진호의 조난 원인을 당시 초속 12∼16m의 강한 북서풍에다 3∼4m의 높은 파도 등 기상악화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반적 침몰 사고와 달리 'SOS'(구조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다급했을까 하는 점 등 당시 상황에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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