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당한 모 분유업체가 아기 엄마들의 항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이 업체는 자사의 조제식을 '초유함량 국내 성장기용 조제식 최대'라고 광고해 왔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광고 덕분인지 이 제품은 일반 분유의 2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작년 한 해 급격한 매출 신장을 보였으니 항의가 거셀 만도 하다.
조치를 당한 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실제 초유함량이 가장 높게 나왔다는 다른 경쟁업체는 대박 행운을 맞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업체의 조제식이나 조제분유가 타사 제품들에 비해 초유함량이 높다는 게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 과정에서 확인되었다는 보도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다. 분유나 이유식 같은 말은 쉽게 알겠는데, 조제식이니 조제분유니 하는 게 뭐냐는 것이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임부들에게 물은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대부분이 성장기용 조제식 광고를 분유광고로 착각하고 있으며, 조제분유에 대한 광고금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출산을 앞둬 유난히 관심이 많을 임부들조차 이러니 일반인들이야 어떨까.
조제분유는 6개월 이하 신생아에게 먹이는 유성분 60% 이상의 분유이고, 6개월 이상의 제품은 성장용 조제분유라고 한다. 반면 조제식은 이유기 이후 아기에게 분유와 함께 먹이는 영양 보충식으로 분유가 아닌 식품이며, 성장기용 조제식이란 6개월 이상 아기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초유는 출산 후 2, 3일 동안만 분비되는 유즙으로 단백질이나 면역물질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모유수유 장려를 위해 6개월 이하 아기들이 먹는 조제분유 광고를 금지한 WHO의 권유에 따라 조제유류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분유업체들은 식품으로 분류되어 광고가 가능한 조제식을 선보이면서 용기 디자인이나 색상을 조제분유의 그것과 비슷하게 만들고 시리즈로 연결시켜 광고금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분유광고로 오인하는 분유업체의 광고는 사실 조제식 광고였던 것이다.
분유업체의 조제식 동영상 광고를 보면 그것이 조제식 광고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말미에 잠깐 비추는 '성장기용 조제식'이란 작은 글씨뿐이다. 그것만 빼면 완전 분유광고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광고 하나를 보자. "부럽죠. 모유를 주는 엄마를 보면… 아기에겐 평생 한 번뿐인데 내가 엄마로서 부족하나…"라는 대사가 나오면서 미모의 탤런트가 어린 아기를 안는 화면이 클로즈업된다.
그리고 이런 광고를 본 아기 엄마들은 매장에서 이 제품들을 선택하면서 마치 자기가 아기를 특별하게 키우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모성애를 이용한 광고가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는 경제학의 원칙을 예외적인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 분유와 성분에서도 큰 차이가 없고, 게다가 돈만 내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서도 뭔가 특별하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히고 만다. 아무것도 특별할 게 없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편법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월령에 미치지 못하는 아기에게 식사대용으로 조제식을 먹일 경우 영양 불균형을, 이유기의 아기에게 조제식과 이유식을 함께 먹일 경우에는 열량 과다로 조기 비만 우려가 있다고 경고해 왔다. 잘못하면 아기를 위한다는 것이 반대로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기 먹을거리와 관계된 일이고, 경제 살리기는 확고한 경제윤리 정립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편법 분유광고가 더 이상 난무하지 않게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감독기관의 더욱 철저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 같다.
"이익만을 좇아서 행동하면 원망을 많이 산다"(放於利而行 多怨)는 성인의 말이 있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는 그만큼 똑똑해지기 마련인데, 얄팍한 상술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이상호(대구한의대 중어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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