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양고추 원산지가 청양군이라고?

청송·영양군 "우리 지명서 한글자씩 따 명명…국가기록도 있어"

▲ 영양지역 농민이 막 수확한 청양고추를 내다 말리고 있다. 영양군청 제공
▲ 영양지역 농민이 막 수확한 청양고추를 내다 말리고 있다. 영양군청 제공

매운맛의 대명사로 인기가 높은 '청양고추'의 원산지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발단은 충남 청양군이 최근 '식탁 위의 화려한 혁명 고추'라는 책자를 발간하면서 비롯됐다. 청양군이 "청양고추의 원산지는 '청양'이라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며 "이제 청양고추 원산지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힌 데 따른 것.

청양군은 이어 "청양고추 콘텐츠 구축 연구용역을 맡은 평생교육실천포럼이 청양고추의 원산지가 '충남 청양'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며 "청양고추가 경북 청송(靑松)의 '청'과 영양(英陽)의 '양'자를 따서 명명한 품종을 등록했다고 하나 종자를 만들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송·영양군 관계자들은 "청양군이 또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대꾸할 만한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국립종자원 기록에도 "청양고추는 1983년 당시 중앙종묘에서 청송·영양지역에서 품종을 개발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유일웅(65) 박사가 육성자"라고 소개했다.

유 박사는 청양고추 육성을 위해 청송·영양지역 고추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3년간 연구 및 시험재배를 했으며, 당시 청송·영양지역 고추재배 농민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청양고추로 품종명을 붙였다는 것이다. 당시 유 박사는 카레 제조에 필요한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이 품종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캡사이신 추출률이 낮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서 남은 시험용 종자를 청송·영양지역 고추재배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해 지금까지 재배해 오고 있다는 것. 청송·영양지역에서는 현재 500여ha 면적에서 1천500t의 청양고추를 생산, 일본 등지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 1980년부터 20년간 청양고추를 시험재배했다는 김석환(65·청송군 현서면)씨는 "처음 유 박사에게 30포기 정도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시험재배에 들어갔으며, 이듬해에는 군내 100여농가에서 종자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재배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청양고추 명칭에 관한 문헌자료가 담긴 '한국채소종자산업발달사'(서울대학교 출판부, 299쪽)에도 "청양고춧가루를 다른 고춧가루와 함께 혼용해 사용하면 매운맛이 더하고 음식 맛이 좋다고 하며 계속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해 와 청송의 '청'자와 영양의 '양'자를 합해 '청양(靑陽)고추'로 명명하고 시판하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504, 505쪽)에서도 '청양고추 생성 시기는 1983년(나이 25세)으로, 유래는 중앙종묘(현재 '세미니스코리아'로 바뀜)에서 개발한 고추의 상표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양고추 500t을 수매·가공해 수출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여성용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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