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댐은 말라가는데…시민 1인당 하루 정수기통 9개 '펑펑'

▲ 물부족 사태가 심각하지만 물 사용량은 줄지 않고 있다. 20일 오전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아침 식사후 설거지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물부족 사태가 심각하지만 물 사용량은 줄지 않고 있다. 20일 오전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아침 식사후 설거지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주부 이진주(31·가명)씨는 하루를 샤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 물 덕분에 지금까지 물 걱정을 한 적이 없다. 아침에 밥을 짓기 위해 쌀과 음식재료를 씻지만 여태껏 받아놓고 쓴 적도 없다. 네 살 난 아들 목욕을 시키기 위해 욕탕에 물을 절반쯤 받지만, 씻기고 나면 막아놨던 고무마개를 빼 그 물을 그대로 하수구로 흘려보냈다.

이씨처럼 지난해 대구시민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한 수돗물은 평균 175ℓ에 이른다. 전체 사용량에다 인구수를 나눈 것인 만큼 갓난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시민 1명이 매일 가정용 정수기(18.9ℓ) 통 9개를 펑펑 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낙동강 중하류에 사는 덕에 대구 시민들은 별 걱정 없이 물을 쓰고 있지만 강원도 태백 주민 등은 극심한 가뭄으로 3개월째 물공급 중단, 제한급수로 고통받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언제까지 마음대로 물을 사용할 수 있을까?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지만 물 절약 의식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년)에서 2011년 8억t, 2016년 10억t 가량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도 6월부터 물이 없다.

전국이 가뭄에 바짝 말라가면서 물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의 지난해 연 강수량은 761.4mm로 연평균 강수량 1천27.7mm에 크게 못 미쳤다. 올 들어 지금까지 대구에 내린 비는 42.8mm가 전부. 지난해 내린 비 중 65.7%가 6~8월에 집중됐고, 이후 가뭄을 해갈할 시원한 비는 내리지 않았다. 유수량 확보가 안 되면서 대구 수성구 지역의 90%가량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운문·가창·공산댐의 저수율은 이달 들어 20%대로 떨어졌다. 낙동강 중·하류 지역의 식수원인 안동·임하댐 역시 저수율이 30% 아래로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낙동강에서 수돗물의 72%를 공급받는 대구 역시 가뭄이 계속될 경우 6월 이후 급수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25.4%로, 지난해 이맘때의 47.8%에 비해 22.4%나 수량이 감소했다. 가창댐과 공산댐의 저수율도 각각 24.5%, 27%로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다. 이들 댐 경우 최근 몇 년 새 평균저수율이 50~90%에 이르렀고, 최저 저수율 또한 3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어 극심한 겨울가뭄에 용수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구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대구 인근 댐의 저수율이 더 낮아질까 걱정이다. 낙동강 물을 끌어쓰는 취수장과 관로가 연결돼 당장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없지만 이대로 가뭄이 계속돼 낙동강 물의 유입량이 적어지면 6월 이후에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깨끗한 물 찾아라.

대구시민들은 생활용수로는 수돗물을 펑펑 쓰지만 먹는물은 생수, 약수 등을 애용하고 있다. 낙동강 물에 대한 불신이 큰데다 김천 페놀 유출사고와 1.4-다이옥산 검출 등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의 한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파는 생수는 21가지에 이른다. 최근에는 해양심층수, 빙하 등 각종 기능성 생수까지 선보여 먹는 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생수업계는 지난해 5천억원대의 국내 생수시장 규모가 올해는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광수·탄산수 등 수입되는 생수만도 2006년 5천674t(348만9천달러)에서 2007년 7천308t(520만8천달러), 2008년 7천51t(578만3천달러)으로 해마다 증가한데다 올 들어서도 2월까지 1천361t(89만7천달러)이 수입됐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 상수도 정책이 생활용수에서 먹는 물로 가야하며, 취수원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염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낙동강에서 취수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대구 인근의 깨끗한 물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실제 대구는 하루 30만㎥의 용수공급을 할 수 있는 운문댐에서 15만㎥의 물만 끌어와 사용하고 있다. 낙동강 물보다 4, 5배가 비싼 운문댐 물을 더 쓰게 되면 수돗물값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경북대 민경석 교수(환경공학과)는 "대구시가 인근에 깨끗한 물이 있는데도 수돗물값 상승에 따른 민원을 우려해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정책을 쓰다 보니 지역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며 "안전한 물공급을 위해 가격 현실화를 고려하더라도 새로운 취수원 확보에 나서야한다"고 했다.

◆市는 절수기기 사용 권장.

대구는 낙동강 중하류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당장 원수확보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반복되는 봄, 가을 가뭄과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로 대구도 물 부족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전체 수돗물 공급의 50%를 넘는 가정용 물 사용량이 매년 증가 추세여서 공급량을 확보하거나 물 절감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시는 노후 수도관 교체, 빗물이용시설 설치, 하·폐수 재이용, 수도꼭지·양변기에 절수기기 설치 등 물 수요관리에 나서고 있다.

대구 유수율(수돗물 생산량 중 요금을 받는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85.1%다. 15% 가량의 물이 엉뚱하게 새고 있는 셈이다. 유수율이 93%에 이르는 서울에 비하면 너무 적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당국이 수도꼭지, 양변기 등 절수기기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2011년까지 대구시내 651개소, 7천832km에 걸쳐 수도관 누수탐사를 해 급수과정에서 새는 물을 차단하고 52km에 대한 수도관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가능한 한 낭비요소를 없애고, 하수 및 산업단지처리장 등에서 배출되는 하·폐수를 정화해 재이용하는 등 물부족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