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대구 아파트 분양가 날개가 꺾이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신규 분양에 나서거나 미분양 아파트 재분양에 나선 업체들이 본격적인 분양가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구 분양가격의 접점은 과연 어딜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값 내린 아파트에 대한 기대 심리가 상당히 높지만 공사 원가를 반영할 때 분양가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며 "분양에 나선 시공사들마다 낮아진 시장가격과 분양가격과의 격차로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인하 경쟁 본격화되나
공식적으로 분양가 인하에 불을 붙이고 나선 곳은 롯데건설의 서구 '평리 롯데캐슬' 단지.
110㎡형(32평) 아파트의 3.3㎡(1평)당 기준층 가격이 690만원으로 2006년 대구 지역 전체 110㎡형 708만원보다 18만원 정도가 떨어졌다. 지난 2006년 서구 지역 평균 분양가격이 73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0만원이 하락한 셈. 특히 68㎡형(20평)의 경우는 3.3㎡당 가격이 570만원대로 달성군을 빼고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500만원대 아파트가 등장했다.
이 같은 분양가 인하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 달성군 세천 지역에서 1천가구 규모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한라건설도 110㎡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3.3㎡당 500만원대로 예정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달성군 가창면에 타운하우스를 분양할 계획인 SG개발도 3.3㎡당 가격을 600만원 초반대로 잡고 있다.
기존 분양 물량에 대한 분양가 조정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가을철 이후 몇몇 시공사들이 잔금 유예와 선납 할인, 계약금 정액제 등을 통해 10% 안팎의 분양가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있으며 올봄 재분양을 준비중인 시공사들 중 일부는 20% 정도의 분양가 인하를 준비중에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은 "기존 계약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지는 계약자 반발 탓에 분양가 조정이 쉽지 않지만 초기 분양률이 20~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지들은 아예 분양가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양가 조정 폭은 단지 입지나 시공사마다 다르지만 가격 인하가 올 분양 시장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인하의 끝은
시공사들이 분양가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 조정'은 한계가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경영상태 악화로 시공사들이 원가 파괴 개념에서 분양가 인하에 나서고 있는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2006년 대구 수성구 중대형 아파트 기준으로 3.3㎡당 가격이 1천200만원까지 올라갔지만 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토지대 인상"이라며 "아파트 신축 붐이 불면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내 확보할 수 있는 주택 부지가 바닥나면서 토지 가격이 2000년 초반에 비해 평균 2, 3배 정도 올랐고 여기에 공사비도 20~30% 인상됐다"고 밝혔다.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토지대 비율은 통상 30~40%며 공사비가 40% 정도, 나머지는 인허가 및 금융비용, 시행사와 시공사들의 수익이다. 자금난에 몰린 일부 시공사가 2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수익 포기'가 아니라 '적자 판매'라는 것이 건설사들의 설명.
시공사 관계자들은 "비싼 땅값을 지주들에게 지급하고 금융권 이자를 주고 난 뒤 확보하는 시공 마진은 많아야 10% 안팎"이라며 "하지만 초기 계약 실패로 미분양이 많아져 금융 비용 발생이 늘어나면 분양가를 유지하더라도 수익률이 거의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집값 하락은 토지대 하락과 공사비 인하 등 전제 조건이 충족해야 가능하다.
부동산 업계에서 향후 공급 부족 사태가 올 것이란 주장을 펴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즉 시장가격에 맞는 상품(아파트)을 내놓을 수가 없어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
실제 올봄 이후 분양 물량 대부분이 이미 사업이 진행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거나 건설사가 토지를 미리 매입해 놓아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단지들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지만 미리 헐값에 부지를 확보한 경우를 빼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해 이후 대구지역에서 신규 사업을 위해 부지 매입에 나선 업체가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분양가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분양가 인하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대행사 모 대표는 "분양가 인상을 위해 지나치게 비싼 마감재를 사용하거나 경쟁적으로 땅 확보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이 땅값을 올린 사례가 많다"며 "경기 침체로 토지대가 안정되고 있는데다 건설사들도 시공비 절감에 나서고 있어 2007년 분양가격이 대구 아파트 가격의 꼭짓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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