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어느 해 봄, 나는 대구에서 고향인 경주에 갔다. 친구 4명과 경주 시내에서 보문단지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가기로 약속했다. 경주가 고향인 우리에게도 보문 단지는 언제 가도 재미있는 놀이터였다. 버스만 타고 가던 보문 단지를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경주 시내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출발하자 서툰 자전거 실력이 금세 탄력이 붙어서 씽씽 잘도 나갔다. 한참을 달리다 친구가 오는지 돌아보면 유독 한 친구만이 저 멀리서 낑낑거리면서 페달을 밟고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가 되면 우리 넷은 친구를 골려주려 번개같이 달아났다. 그 친구는 또 낑낑 쉬지도 못하고 우리를 따라와야만 했다.
오르막에서는 힘겹게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내리막에서는 신이 나 노래를 부르고 화창한 봄, 벚꽃이 만발한 거리를 마음껏 즐겼다.
보문호에 도착하여 오리배를 타기로 했다.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다섯 명 중 한 명은 외톨이가 되어야 했다. 가위바위보로 외톨이를 정하기로 했다. 서로 지지 않으려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잔꾀를 썼지만 결국 내가 자전거를 지키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신이 나 오리 배를 타고 웃으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친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넓은 보문호에서 마음껏 오리 배를 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저희들을 보려고 대구에서 경주까지 내려온 나를 버려 두고 저희들끼리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라니. 다음에 경주에 내려오라고 하면 다시는 오나 봐라 하며 한시간 동안 자전거를 지켜야했다.
나의 얼굴은 불만투성이인데 반해 친구들의 얼굴은 벚꽃보다 더 환한 웃음꽃이 가득하다. 심술 난 나의 얼굴을 보고 저희들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이내 나에게 달려든다.
경주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보문으로 갈 때의 마음은 사라지고 왜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해서 고생하나 싶어 하이킹을 하자고 한 친구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엉덩이는 왜 그리도 아프던지, 엉덩이가 아프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벚꽃 가득한 길이 보문 단지로 갈 때는 그리도 아름다워 보이더니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 멀고도 벚꽃이 미워지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엉덩이가 아픈 것 같다. 그러나 봄이면 그때의 일이 생생히 기억 나 입가에 웃음이 가득 피어난다. 같이 간 친구들도 그날이 생각 날까?
김두선(대구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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