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09 서울모터쇼' 행사장 앞에서 선지(동물의 피)를 뿌리는 엽기적 시위가 벌어졌다. 비정규직 보호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던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회원들이 자신들이 가져온 차량과 도로에 선지를 뿌린 것이다.
해괴한 시위를 벌인 이들은 GM대우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자동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로 만들어진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겠다며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강제 휴업, 임금 삭감, 대량 해고로 죽어가며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장소는 물론 상황과 시기에서 어이없고 부적절한 행위였다. 9개국 158개의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참가하는 국제적 행사장 앞에서, 그것도 개막일에 선지를 뿌리는 시위를 벌인 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 이미지를 훼손한 짓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몰락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상황에서 이 같은 시위는 고질적 노사문제를 해외에 노출시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 밥그릇을 찼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선언한 강경투쟁 연장선상에서 이번 시위가 벌어졌다면 더욱 우려스럽다. 자성과 변혁을 요구받은 민주노총은 노동절 투쟁을 통해 제2 촛불항쟁의 불씨를 댕기자는 등 시대착오적인 '끝장투쟁'을 들고나왔다. 이번 시위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닌 강경투쟁으로 가는 수순이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서로 고통을 나눠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하는 상생의 노사문화가 절실하다. 국민 여론을 읽지 못하고 시대 흐름을 수렴하지 못한 노동운동은 설 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다시 한번 민주노총의 환골탈태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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