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수비의 어려움

당신이 만약 야구 감독이라면 팀을 구성한 후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 중에서도 혹자는 풀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하고 혹자는 안정된 마운드의 구축이나 중심 타선의 중량감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성공한 감독 대부분의 지론은 수비에 있다. 그만큼 야구에 있어서 수비란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관건이다.

수비가 안정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언제든 반격의 기회가 가능할 뿐더러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에겐 큰 두려움으로 다가간다. 더구나 2루타를 단타로 만들거나 스코어링 포지션에서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는 호수비들은 투수에게 여간 큰 힘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아무리 두드려도 무너지지 않는 수비는 상대를 제 풀에 지치게 만들어 쉽게 전의를 잃게 하기도 하고 다시 맞붙게 되더라도 위축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수비 능력을 갖추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 야구에서 타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면서 잦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순간의 성공으로 찬사를 얻지만 수비는 귀찮은 일이면서도 결정적 순간의 에러는 비난의 포화를 맞는다. 그만큼 아웃 카운트를 얻을 성공률이 더 높은 것이 야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비의 중요성도 크지만 기본기가 충실한 수비 능력을 얻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뒤따른다.

기본적인 포구와 송구 능력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까지 반복되는 엄청난 훈련량이 필요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더 많은 준비 사항들이 요구된다. 다음 플레이의 예측과 대비, 일구 일구의 집중력, 중계플레이시 위치 이동, 번트나 런다운, 픽오프(견제) 때의 정확한 타이밍, 바람의 방향, 타자와 주자의 빠르기, 부상 방지 플레이, 타자에 따른 수비 위치 조정 등에서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지식과 실행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잠깐의 방심으로 승패가 바뀌는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연일 수많은 지식과 예측이 필요한 상황들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강인한 정신력도 필요할 것이고 이처럼 기본 지식과 반사적인 반응이 몸에 배어 있지 않다면 결코 제대로 된 수비를 소화해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몰입, 열정, 결심, 훈련을 가르키는 4D(Dedication, Desire, Determination, Discipline)는 수비의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1980년대에 지리산에서 돌팔매로 송구를 연마했다는 기인(?)이 찾아와 테스트를 청했다. 돌을 던지니 나무에 구멍을 내고 뚫고 지나갈 정도로 훈련했다는 것이었다. 평소 그러한 일처리는 필자의 몫이어서 행여 뼈라도 부러질까 내심 염려하며 예전의 제일모직 내 실내 연습장에서 테스트에 응했다. 과연 필자는 그의 공을 받지 못했다. 그가 던진 스무개의 공 모두 원바운드로 송구되어 좌우로 비켜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공보다 빠를수 없듯이 수비에서는 기인처럼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오직 노력만이 값진 결실을 얻듯 수비는 4D의 정직한 산물인 것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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