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여담女談] 진정한 '프로를' 보고 싶다

최근 대구에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다. 서울의 엄청난 개인 미술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여성이다. 살아있는 최고의 작가 '데미안 허스트'전을 대규모로 열어 서울 사람조차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그는 화랑 대표이자 26년된 컬렉터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를 위해 그는 3년간 차곡차곡 준비했고 올해 미술 시장이 어렵자 주위에서 포기를 권유했으나 개관 때 대구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 고집을 부렸다. 무엇보다 대구의 화랑을 얕잡아 보는 서울의 큰손들에게도 대구의 자존심을 보여주려 했다. 개인 화랑에서 관객 1만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며 그녀는 전시회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 대구에서 뭔 데미안 허스트 전시회냐'며 비아냥거리던 서울의 큰 기업 대표들도 전시회에 와서는 '대구를 다시보게 됐다'며 다음에 꼭 연락해 달라는 다짐을 남겼다고 한다.

중구에 있는 리안갤러리의 안혜령 대표. 그녀가 이처럼 관심을 모은 것은 진정한 프로다운 모습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대구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완벽하게 그 일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는 프로다운 여성이 활동하기 어려운 토양이다. 조금만 두드러지면 싹을 자르고 조금 잘나가면 헐뜯기부터 한다. 그래서 역량 있는 여성들은 대개 숨어버린다.

지금 이순간에도 대구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새로운 목표를 위해 도전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려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방법은 아직도 구태의연하다. 실력과 능력을 기르기보다는 인맥부터 찾아 나서려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는 '누구'의 운전 기사도 마다 않고 '누구'의 입노릇도 자처한다. 이렇게 해서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싶으면 이 자리 저 자리 가리지 않고 얼굴을 내밀고 행세하려 든다. 한 자리 차지하면 일은 아예 뒷전이다. 자리 보존을 위해 유혹에 손을 내밀고 경쟁자를 비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참으로 프로답지 못하다.

진정한 프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력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으로 주위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야 한다.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정확히 가릴 줄 아는 판단력도 있어야 한다. 행세하려 하고 어디든 한자리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촌스러움도 없어야 하며, 자신의 라인을 만들거나 자신의 사람을 만드는 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균형잡힌 시각과 도덕성으로 무장하되 세련되고 유연한 사고도 필요하다. 여기에 깔끔한 매너와 유머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젠 대구서도 진정한 프로들이 많아져야 한다. 끼리끼리 뭉치고 설익은 아마추어가 판을 치는 이 지역에 프로다운 프로들이 등장해 잠들어 있는 대구를 깨우고 촌스러운 대구를 깨부수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여성이 앞장섰으면 하는 욕심이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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