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의 넝마주이'라고 불리는 엠마뉘엘 수녀는 1908년 11월 벨기에 브뤼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예비역 장교이던 아버지는 6세 때 그녀가 보는 앞에서 바다에 빠져 숨지고 만다. 일찍이 세상의 고통에 눈을 뜬 그녀는 20세에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뒤 이집트, 터키, 튀니지 등지에서 아이들에게 프랑스어와 철학을 가르치는 수녀 교사로 일한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던 엠마뉘엘 수녀는 63세가 되던 해 카이로 빈민촌에 정착해 학교, 집, 보건소를 세우며 23년간 넝마주이들과 함께 살았고, 지난해 10월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녀가 81세이던 1989년에 쓰기 시작해 98세가 된 2006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수정·보완됐다. 이 책은 솔직하다. "솟구치는 욕망이 나를 엄습해 올 때면, 고백하건대 나는 쾌락의 탐욕 앞에서 무기력해질 뿐이었다." 자신의 가장 큰 약점까지도 스스럼없이 고백할 줄 알았다. 그녀는 명령 내리기 좋아하고, 세상의 거물들과 친구 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비난하는 이런 성향들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빈민촌에 이르렀을 때 평생 소원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540쪽, 1만6천500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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