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은 독(毒)이다. 투수는 스스로 지치고 수비수는 오래 서 있게 돼 집중력에 지장을 받는다. 경기가 늘어지니 관중들도 짜증이 나기 십상.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더블 헤더에서 삼성은 볼넷 때문에 고전해야 했다. 1차전에서는 가까스로 8대6으로 승리, 4연패에서 탈출했으나 2차전에서는 볼넷 탓에 7대8로 고배를 마셨다.
1차전에서 삼성 선발 투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는 볼넷을 남발했다. 최고 시속 152㎞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문제. 2와 1/3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으며 볼넷 5개,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제풀에 무너졌다. 두산의 잇따른 수비 실수에다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 3회초까지 6점을 올리며 부담을 덜어줬으나 받아든 밥상을 걷어차버렸다.
삼성이 6대3으로 앞선 3회말 1사 1루에서 크루세타는 임재철을 몸에 맞는 공, 손시헌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최승환에게마저 볼넷을 허용, 밀어내기로 1실점한 뒤 마운드를 김상수에게 넘겨야 했다. 삼성은 3회말에만 3점을 빼앗겨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5회초 박한이의 1타점 적시타에 이어 7회초 1점을 추가해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14안타를 터뜨린 타선 덕분에 1차전을 가져왔다. 2차전에서도 삼성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1차전에서 강봉규(3타수 2안타 3타점)가 삼성의 공세를 이끌었다면 2차전의 선봉장은 채태인(3타수 3안타 2타점)과 최형우(3타수 1안타 2타점). 1회초 최형우는 선제 투런 홈런을 날렸고 5대6으로 뒤진 5회초 채태인은 2타점 좌월 2루타로 역전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서는 끝내 볼넷에 발목이 잡혔다. 불펜의 핵 정현욱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대신 나선 권오원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7대7 동점이던 8회말 권오원은 1사 2루 상황에서 채상병, 민병헌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고졸 새내기 정수빈. 하지만 권오원은 정수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났다.
한편 16일 전국적으로 비가 뿌린 탓에 다른 구장 세 곳에서도 모두 더블 헤더가 치러졌다. KIA는 1차전에서 홈팀 SK에 3대4로 패했으나 2차전에서는 4대1로 승리했다. 히어로즈는 서울 목동 홈에서 LG에 1차전(5대11)을 내줬으나 2차전에서 6대5로 설욕했다. 한화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12대8, 3대1로 제치고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17일 야구 전적(1차전)
삼성 402 000 110 - 8
두산 123 000 000 - 6
▷삼성 투수=크루세타 김상수(3회·1승) 지승민(6회) 권혁(6회) 오승환(9회·11세이브) ▷두산 투수=정재훈 임태훈(6회·1패) 고창성(6회) 금민철(7회)
한화 12-8 롯데(사직)
SK 4-3 KIA(문학)
LG 11-5 히어로즈(목동)
■17일 야구 전적(2차전)
삼성 201 220 000 - 7
두산 420 001 01X - 8
▷삼성 투수=윤성환 조현근(5회) 권오원(7회·1패) 지승민(8회) ▷두산 투수=김선우 이재우(4회) 임태훈(7회·3승) 이용찬(9회·9세이브) ▷홈런=최형우(1회 2점·삼성) 최준석(1회 3점·두산)
KIA 4-1 SK(문학)
한화 3-1 롯데(사직)
히어로즈 6-5 LG(목동)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