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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봉사…한 명이 와도 강의는 계속된다

"옛날에 시어머니가 어찌나 구박을 했는지, 아직도 그 앙금이 남아있다니까요."

"이제 세월도 많이 지났으니 그 마음을 푸세요. 어쩌겠어요."

한비문예창작대학 수업시간. 시(詩)를 매개로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간다. 때로는 오랜 시간 속에 묻어둔 아픈 상처들이 하나 둘 끄집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함께 이야기하며 묵은 앙금을 풀어나간다. 시 창작은 자연스레 상처의 치유로 이어진다.

4월 문을 연 한비문예창작대학의 수강생은 16명.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가 이뤄진다. 선생님은 시인 김원중(한국문인협회 고문), 박해수(전 대구문인협회장), 김상은(계명문화대 명예교수), 김영태(월간한비문학 발행인)씨 등이다.

수강생 중 최고령은 74세, 최연소는 49세. 젊은 시절 문학을 접했지만 먹고사는 게 힘들어 오랫동안 문학을 잊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제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원고지 앞에서 지나온 삶을 돌이키며 문학을 고민한다.

"수강생 중에 생선장사하시는 분이 계세요. 잠시 짬 내기도 쉽지 않은데 숙제까지 꼬박 해오세요. 그동안 문학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면 힘들어도 뿌듯합니다." 김영태 시인의 말이다.

주로 실버 세대들이 수강생의 주류를 이루다 보니, 강의는 훨씬 진지해진다. 박해수 시인은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문학에 대한 성취가 훨씬 빠르고 높다"고 전한다.

수강료는 6개월에 20만원. 사무실 유지비는커녕 강사들의 교통비로 겨우 지출될 금액이다. 지원금도 없지만 그래도 단 한명의 수강생이 와도 강의를 한다. 어차피 '문학은 봉사'이니까 말이다.

문학도들의 사랑방인 만큼 사무실에는 2천여권의 책이 꽂혀 있다. 회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노년층에게 문학은 살아온 세월의 정리이자, 치유이고 동시에 건전한 취미가 된다. 문학계의 원로 김원중 시인은 "춤추러 가지 않고 여기 오는 게 얼마나 좋으냐"며 수강생들의 창작열을 칭찬한다.

내년에는 차를 마련해 수강생들과 함께 문학캠프도 열 계획이다. 문학 활동도 정적 구조를 벗어나서 동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60,70대도 문학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습니다. 깊이 있는 글맛을 내려면 예순이 넘어야 하니까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053)252-015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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