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따라 고대부터 사용돼 왔다. 5, 6세기 고분벽화를 보면 연지 화장이 보편화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쌀가루로 만든 백분이 화장품 대용으로 이용됐다. 백분은 얼굴을 희게 만들고 잔주름과 얼굴 결점까지 감추어 주는 장점이 있어 널리 애용됐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백분'연지'화장수 같은 화장품과 향낭(향 주머니)이 상류층과 기생들을 중심으로 사용됐다. 조선 중기에는 화장품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화장품이 널리 보급된 시기는 갑오경장(1894년) 이후부터다. 개화의 물결을 타고 일본에서 화장품이라는 용어도 흘러들어 왔다. 그때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화장' 대신 '단장'이라는 말이 사용됐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효시는 '박가분'이다. 1916년부터 제조'판매되었으며 부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여성에게 '박가분' 하나 사주지 못하는 남성은 무능한 사람으로 분류됐다. 1937년 납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 박가분은 우리나라를 주름잡은 대표 화장품이었다. 박가분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동동구리무'였다. 필요한 만큼 용기에 덜어 살 수 있었던 '동동구리무'는 해방 전까지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시기는 1960년대다. 아이섀도'아이라이너'마스카라'립스틱 등이 생산되면서 메이크업 제품 개발이 활기를 띠었다. 1970년대 성장기를 거친 우리나라 화장품은 1980년대 컬러 TV 보급과 더불어 현란한 색조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피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천연화장품과 각종 기능성화장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꽃미남 열풍을 타고 남성화장품도 잇따라 출시되면서 화장품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황수진 아모레퍼시픽 대구사업본부 대리는 "2000년 이후 동안 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모 가꾸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화장품 회사들도 이에 맞춰 더욱 전문화된 화장품들을 개발하게 되었다"며 "특히 30대 이후 남성들의 화장품 구매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능성 화장품
미백과 주름 개선 기능은 이제 화장품의 기본사양이 됐다.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화장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미백'주름 개선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어렵게 됐다. 유동 파라핀'바셀린'라놀린'올레인산'라우릴 알코올 등 여드름 유발성 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화장품, 번짐없이 깔끔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고 지울 때 눈이 시린 불편함을 해결한 마스카라, 땀 냄새 제거 및 땀 발생을 억제하는 스프레이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특정 신체부위를 가꾸어주는 기능성 화장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거칠어지고 거뭇해지는 유두를 가꾸어주는 유두전용 에센스, 힙을 볼륨감 있고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힙전용 스크럽, 가슴을 모아주고 풍만하게 해주는 가슴전용 마사지젤, 관리 소홀로 주름이 생기기 쉬운 목에 탄력을 증진시켜주는 목주름개선크림, 피곤에 지친 다리를 진정지켜주고 매끈한 라인을 살려주는 다리 전용 젤, 모발에 밴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해주는 헤어전용 향수, 네일아트숍에 가지 않고 혼자서 간편하게 손톱을 꾸밀 수 있는 네일아트펜 등이 나와있다.
유두전용 에센스의 경우 비타민캡슐이 효과적으로 침투하여 유두 주변 피부톤을 생기있게 조절해주며 힙전용 스크럽은 살결이 거칠어진 힙 또는 비키니 라인 부분을 환하게 해주는 브라이트닝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 가슴전용 마사지젤은 피부를 탄력있고 청결하게 관리해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사용감이 산뜻하다는 것이 업체측 설명이다. 화장품 시장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나타난 이들 이색 제품들은 개성 강한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피부 결점을 보완해주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비비크림에도 기능성이 강화되고 있다. 비비크림은 원래 피부과 치료 후 진정작용과 피부재생을 위해 사용하던 것에서 요즘에는 자외선 차단'보습'미백'주름관리 등의 기능이 더해졌다. 선크림도 발랐을 때 느끼는 답답함과 얼굴이 하얗게 되는 백탁현상을 개선한 것에 머물지 않고 미백'한방기능까지 갖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남성화장품
'스킨'로션만 바르는 남자는 아저씨, 에센스를 발라주는 센스가 있으면 오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신세대 군인들은 훈련 나가기 전 스킨'로션뿐 아니라 자외선차단제까지 꼼꼼하게 바른다. 삼성라이온스 포수 현재윤은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선크림을 많이 바르기로 유명하다. 그의 얼굴은 프로야구 선수답지 않게 한여름에도 뽀얗다고 한다. 20, 30대에서 시작된 꽃남 열풍이 40, 50대 중장년층에게 전파돼 요즘에는 꽃중년 바람이 거세다.
'화장하는 남자'(그루밍족)가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되면서 남성화장품 시장은 최근 몇년동안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종류도 여성화장품만큼이나 다양해졌다. 불과 10여년 전 스킨'로션이 남성화장품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여성화장품처럼 미백'주름개선 효과를 강조한 기초화장품부터 색조화장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화장솜에 묻혀 피부 노폐물이나 먼지 등을 닦아내는 토너를 비롯해 스킨'로션'크림'에센스뿐 아니라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선크림과 선블록, 자기 전에 바르는 나이트크림, 눈가 주름개선을 위한 아이크림, 화장 후 피부가 건조해졌을 때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뿌려주는 스프레이 타입의 미스트, 세안시 비누 대신 사용하는 클렌징폼, 각질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스크럽, 기름기를 잡아주고 모공을 축소시켜 주는 팩 등 남자의 변신을 도와주는 많은 화장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션에 파운데이션 기능을 곁들인 컬러로션, 피부색을 맑고 고르게 만드는 남성전용 비비크림, 피지로 인한 번들거림을 잡아주는 파우더, 눈썹을 정리해 눈매를 또렷하게 만드는 투명 마스카라, 여드름 자국이나 잡티를 집중적으로 가려주는 컨실러, 섹시한 입술을 연출하는 립스틱 등 다양한 라인의 색조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남성화장품 전문판매몰에 따르면 외모에 관심 많은 20, 30대가 화장하는 남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컨실러 등 일부 제품의 경우 60, 70대에서도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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