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offee의 비밀]로스팅과 전도열

열은 항상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른다. 이것의 측정 단위는 화씨'섭씨 온도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익히려면 열을 가해야 한다. 이 같은 열이 얼마나 많이 흘러갔느냐를 '열량'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커피를 주로 직화 열로 로스팅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비큐를 하듯이 불을 바로 닿게 해 볶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서는 얇은 돌이나 철제품 등에 식품을 얹고는 불을 지펴 볶았을 것이다. 아무튼 인간들은 용기를 발명한 후 전도열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용기를 이용, 조리하는 방법은 참으로 많다. 커피도 이러한 용기를 이용, 로스팅하기 시작한 것은 청동기 시대부터라 추정된다. 그때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관련 용기들이 요즘에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전도열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전도는 분자운동이 전파돼 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적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쪽으로 운동을 전달하는 것이다. 용기가 두꺼워지면 용기의 열 조절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용기 내부의 음식 등을 적당히 익히려면 화력 조절이 잘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기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면서 열을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용기를 이용할 경우는 그 용기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열 조절이 쉽지 않다. 이런 연유로 커피 로스팅머신의 용기 두께도 현대로 오면 올수록 점점 얇아지게 된 것이다.

커피 로스팅은 커피에 가하는 열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야 좋은 원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열 조절이 용이하지 않거나 그 기술이 미숙하면 커피를 태울 수밖에 없다.

커피 로스팅 방식 중 직화는 물론이고 화염이 바로 커피 생콩에 닿게 돼 있는 형식의 로스팅머신으로 커피를 제대로 로스팅하려면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자칫하면 커피가 타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스팅머신은 드럼의 두께가 얇은 것이 열 조절을 하는 데 유리하다. 그런 이유로 세계적인 명품인 독일산 프로밧 반열풍식 로스터와 일본산 후지로얄 등은 드럼이 아주 얇은 편이다.

이는 화력을 줄여주면 바로 온도가 떨어지고, 화력을 올리면 바로 온도가 올라가 커피를 제대로 볶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열을 오래 시켜야 하는 로스터는 대체로 열사용 방법이 좋지 못한 로스팅머신임에 틀림없다. 온도를 높이는 데 시간(예열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내리는 데도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 경우는 로스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로스팅 시간이 길어지면 휘발성을 지닌 좋은 향은 모두 날아가 버린다. 또 화력을 약하게 해 로스팅하면 풋내가 나고 화력을 강하게 하면 스모키(smoky)한 향이나 좋지 못한 탄맛을 내는 원두가 나와 그대로 커피맛에 연결된다. 커피점에서 커피를 시켜 잔뜩 기대를하고 마시려는 순간 타는 냄새, '화근내'가 나는 이유는 커피를 잘못 볶은 때문이다.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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