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대형교회 '영어예배' 붐

외국인 선생님과 기도하고 찬송가 부르고…

초등학교 4학년인 순찬이는 요즘 교회 가는 게 즐겁다. 외국인 선생님과 매주 일요일 오후에 함께 하는 영어 예배 때문이다.

영어 찬양을 듣고, 성경 공부도 영어로 한다. 순번대로 돌아오는 영어 기도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됐다. 순찬이는 "외국인 선생님과 함께 노래, 율동을 하거나 단어 퍼즐을 풀기도 한다"며 즐거워했다.

대구 교회들 사이에 '영어 예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어권 외국인이나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교사들이 진행하는 영어 예배는 영어에 대한 내국인 학부모'학생의 높은 관심과 부합하면서 새로운 선교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 제일교회는 5월부터 주일 오후 2~3시 100주년 기념관 예배실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 예배를 열고 있다. 초등학생 전 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50여명의 학생과 1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한다.

남아공 출신의 루티프 뮐러(Rutief Miller'35) 계명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이 교회 영어 예배의 네이티브 강사. 신학을 전공한 뮐러 교수는 요약한 성경을 프로젝션 화면으로 설명하면서 학생들과 공부하고, 율동을 곁들인 오락을 하기도 한다.

권대환 목사는 "우리 교회 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 마태복음 5장을 영어로 암송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영어 예배시간에는 늘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제일교회는 내년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에 '영어 성경 클래스'를 신설할 계획이다.

대봉교회는 대구에서 가장 먼저 영어 예배를 도입한 교회 중 하나다. 1994년 외국인 기독교인과 영어에 관심이 높은 한국인 성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 예배부'를 개설했다. 50여명이 매 주일 오후 영어 예배와 성경 스터디를 영어로 진행한다.

이 교회 황재범 목사는 "편안한 분위기의 영어 예배부는 내국인 신자들에게 외국 교회의 자연스러움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동신교회는 초등학생 '어린이부', '청소년'성인부'로 나눠 영어 예배를 실시하고 있다. 시작한지는 10여년이 됐다. 이곳의 경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5명의 영어권 출신 외국인 '리더'들이 수준을 나눠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영어 예배 진행을 돕는 한국인 스텝들도 7,8명 된다.

신일권 목사는 "지역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들이 늘면서 외국인 신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영어 예배를 개설하려는 교회에서 탐방을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산교회는 6년 전부터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회학교 영어 예배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대 영재원에 재직 중인 미국인 교수가 성경 스터디를 이끌고 있다. 공윤정 전도사는 "해외 연수나 체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영어 예배는 교회가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시류에 발맞춰 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영어 예배에 대한 우려도 있다. 권대환 제일교회 목사는 "영어 예배가 자칫 영어 학습의 수단이 돼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며 "영어에 대한 참가자들의 기대는 높지만, 영어 예배의 본 목적은 선교와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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