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세정기자의 음식탐방]수제 햄버거

요즘 맛집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핫 아이템은 '수제 햄버거'다. 5년 전, 동성로에 '번햄즈'로 시작된 수제 햄버거 가게는 전국 체인망을 갖춘 '크라제'로 이어지더니 최근 '고릴라', '미스터 빅', '위치스'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이 밖에도 개점을 준비 중인 햄버거 가게들도 있는 걸 보면 수제 햄버거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수제 햄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웰빙 열풍과 더불어 찾아온 '슬로우 푸드'에 대한 선호 때문이다. 또 외국 여행을 다녀온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먹었던 맛을 그리워하는 영향도 크다.

이제 '햄버거=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라는 등식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이들 수제 햄버거는 소고기 패티(patty'다진 고기를 둥글납작하게 만든 요리)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굽기 때문에 최소한 1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수제 햄버거 가게 가운데 대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번햄즈'와 최근 문을 연 '고릴라'를 찾아가 봤다.

●고/릴/라

3월 시내에 문을 연 수제 햄버거 가게 '고릴라'는 마치 미국의 한 동네 햄버거 가게를 통째로 옮겨온 듯하다. 홍익대 미대 벽화전문 동아리 학생들이 그린 벽화는 빈티지 느낌을 물씬 풍긴다. 벽에는 오프라 윈프리, 프리다 칼로 등의 인물 초상과 미국 햄버거 가게들의 풍경과 햄버거 사진들이 즐비하다. 독특한 분위기 탓일까. 문을 연지 3개월 남짓 됐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다. 이 가운데 외국인 손님이 20%나 차지한다. 때로는 테이블 10개 중 8개를 외국인들이 차지할 때도 있다. 미국인들은 '고향의 맛'이라며 반가워한다.

이 집은 정통 아메리칸 햄버거 스타일을 표방한다. 두터운 소고기 패티와 미국에서 직수입한 치즈를 얹은 햄버거의 맛은 미국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우찬규 사장이 수제 햄버거 가게를 구상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뉴욕에서 1년간 지내면서 동네 햄버거집에 매료된 것. 1년간 50여군데 햄버거 가게를 찾아다니면서 인테리어와 햄버거 사진을 찍으며 가게를 준비해왔다. 미국 햄버거가게에서 맛의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미국에는 햄버거집에서 맥주 한 잔 곁들여 미식축구를 보며 여가를 보내곤 해요. 우리도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가 내세운 컨셉트는 '정통 아메리칸버거'. 소고기 패티가 180g이나 된다. 워낙 양이 많으니 한입에 먹기 쉽지 않다. 그래서 '테이블 햄버거'라고 해, 포크와 나이프가 함께 나온다.

고릴라의 대표 버거인 '고릴라버거'(5천900원)는 마치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진한 육즙이 배어나온다. 매콤한 볼케이노 버거(7천900원), 필리치즈스테이크(8천900원)도 인기다.

우 사장은 대구의 음식 문화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의류업을 하면서 서울은 물론 홍콩 등지를 자주 오가며 맛집들을 두루 섭렵했다. 대구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그것을 늘 안타까워했던 그다.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돈 많이 벌겠다'는 질투어린 시선도 오가지만, 사실 원재료비가 워낙 비싸다고 한다. 두꺼운 소고기 패티로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건 물론 직수입해오는 재료는 환율이 오르면서 마진이 크게 낮아졌다. 당일이 지나면 야채는 모두 버린다. 그래도 질 높은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고릴라는 대구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 상가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053)428-7728.

●번/햄/즈

2004년, 동성로 2'28공원 옆 '수제 햄버거'집이 대구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2004년은 때마침 '슬로푸드 운동'이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던 때였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박철민 사장은 '맛있으면서 몸에도 좋은 햄버거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며 수제 햄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햄버거 하나에 5천원대. 3천원이면 햄버거는 물론 콜라와 감자튀김까지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하면 너무 비싸다.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 '3개월 안에 문을 닫을 것이다'란 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번햄즈는 지금껏 단 한번도 매출이 떨어져본 적이 없다. 이처럼 불경기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말이다.

그 원인으로 박 사장은 '맛'을 들었다. "햄버거는 아주 단순한 음식이에요. 그런 만큼 어떤 재료를 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죠. 저희는 스테이크용 등심을 들여와 매장에서 직접 갈고 손질한 후 햄버거 패티를 만듭니다. 빵도 직접 개발해 주문생산합니다. "

재료 본래의 맛을 강조해서일까. 번햄즈의 햄버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리지널 버거의 경우 빵과 소고기 패티'양상추'토마토'양파 정도만 들어가지만 소고기의 고소한 맛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햄버거를 자주 먹는 직원들은 아예 소스 빼고 소고기 패티와 치즈만 넣고 먹는다. 그만큼 소고기 패티는 고급스런 맛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에 반한 중장년층도 많단다. 일주일에 4, 5회 찾아오는 마니아들도 많다.

"당신이 음식을 몇 분 기다리는 것이 당신을 기다리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다"는 메뉴판의 문구는 이 집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구 토종 수제 햄버거 브랜드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사랑도 뜨겁다. 동성로점 이성오 점장은 "편지를 써서 개선할 점을 지적해주는 분들도 있는 등 관심을 가져 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버거 5천400원, 클럽버거 6천400원, 클럽샌드위치 6천900원. 현재 동성로점(053-254-3320)과 대백프라자점이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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