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제 속으로 낳은 단 하나의 피붙이니까…."
제 아들 윤한(가명·19·달서구 용산동)이는 말도 못할 '꼴통'입니다. 제 속을 무던히도 썩였지요.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고3의 나이지만 윤한이는 학생 신분이 아닙니다. 중학교 때 중퇴를 했습니다. 중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짓을 일삼더니 결국 자퇴서를 내고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학교는 마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생업도 미뤄놓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기도 해 봤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 제 뒤를 쫓아 교실을 뛰쳐나오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 출석일수 부족으로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서를 들락거린 적도 부지기수입니다.
온갖 일로 엄마 속을 뒤집어 놓던 아들이 이제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백혈병에 걸려 드러눕고 만 것이지요. 너무 속을 썩여 "차라리 이런 아들 없었으면 좋겠다"고 푸념도 많이 했었지만, 막상 중병에 걸려 투병 중인 아들을 보니 "꼭 살아만 달라"는 애원이 절로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윤한이가 처음 병을 진단받은 것은 지난해 5월 무렵이었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서는 "버스에서 쓰러졌다"며 집에 일찍 들어가 쉬겠다고 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다음날 병원을 찾았는데 '골수섬유화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골수조직의 섬유가 과잉발육돼 피를 만드는 기능이 낮아지며 적혈구와 백혈구의 수와 작용에 변화가 일어나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윤한이는 몇 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받으며 "혈액수치가 정상으로 떨어졌으니 괜찮다"는 말을 듣고 퇴원을 했지만, 올봄 또다시 발병했습니다. 이번에는 증세가 훨씬 심각했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몇 개월 동안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내느라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한창 멋을 낼 나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어쩌지 못해 결국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빡빡 깎았습니다.
윤한이가 나으려면 골수이식을 받는 방법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식당일로 겨우 연명해 온 형편에 1천만원이 넘는 이식비용을 마련할 길이 막막합니다. 윤한이에게 맞는 골수가 나타나 줄지도 걱정입니다. 이혼 후 연락을 끊고 지냈던 남편까지 찾아봤지만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실 윤한이가 이렇게 된 것이 다 제 탓인 것만 같아 요즘 저는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윤한이가 8세 때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윤한이를 키웠습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남편까지 없이 살다 보니 저는 밥벌이를 하는 데만 바빴지 아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윤한이가 삐뚤어지는 것이 가정환경 탓인 것만 같아 마냥 나무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늘이 '병'만 주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번 일이 윤한이에게는 새 삶을 사는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의 마음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철없던 아들이 이제는 "다 낫고 나면 일자리를 구해 엄마 편히 모시겠다"고 난생 처음 대견스러운 이야기를 합니다. "치료도 잘 견뎌낼 수 있다"며 엄마를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골칫덩어리 우리 아들, 정말 툭툭 털고 일어나 저와 알콩달콩 정겨운 모자로 살아갈 날도 오겠지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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