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가 명 : 에밀 베르나르 (Emile Bernard, 1868~1941)
*제 목 : 붉은 소와 목욕하는 여인들 (Bathers With Red Cow)
*연 도 : 1887년
*크 기 : 92.5x72.5cm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오르세 미술관 (Orsay Museum, Paris)
인상파 화가 고흐와 고갱의 화우(畵友)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에밀 베르나르(1868-1941)는 1889~90년 고갱이 색채 연구를 위해 머물렀던 프랑스 브르타뉴의 퐁타방(Pont Aven)에서 그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였다. 그는 색채의 평면적 사용과 윤곽선으로 된 클루아조니즘(cloisonnisme:분할주의)을 주장하여, 고갱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기법은 현실묘사가 전반적으로 비모방적이며 그림 속의 형상들이 진한 검은색 윤곽선에 둘러싸인 각각의 순수한 색채영역으로 형성돼짐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모티브가 관념에서 현실의 재현이 아닌 재해석에서 출발해 화가가 누리는 창조의 자유에 대한 의식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클루아조니즘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말년에 이르러 그가 젊은 시절 찬양하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르네상스시대의 거장들을 숭배하였으며 보수적인 화풍을 지켰다. 1904년 프랑스의 고향으로 귀향한 세잔을 만나 노(老)거장의 회화관(繪畵觀)을 듣고 정리하는 저술활동에 심취했는데, 그때 저술된 것이 '회상의 세잔'(1921)이다. 이 밖에도 고흐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E.베르나르의 대표작 '붉은 소와 목욕하는 여인들 한 여인들'에서는 한 여인의 여러 포즈들이 중첩, 표현돼 있다. 이 그림에서 흥미로운 것은 작품 좌측 상단에 나타난 붉은 소 한 마리이다. 베르나르의 신비 취향을 알고 있다면 이 붉은 소의 모습에서 라스코벽화의 소들을 떠올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화면의 전반적인 위치에 그려진 여인의 여러 포즈는 원시부터 현재까지 다양하게 변화해온 회화의 변천사이며, 작품 전면에서 고개를 돌려 서 있는 여인은 과거를 돌아보는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노란 바탕의 해변 혹은 강변은 인류의 역사이며, 신비감이 깃든 푸른 심연 너머의 대륙은 마치 이제 막 탄생한 듯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한편 작품 앞쪽에서 칙칙하고 날카로운 바위와 검은 물은 현대를 상징하는 어떤 암울함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그림 속에 담겨진 내용이 작가의 의도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감상자와 시대에 따라 새롭게 해석해 보는 것이 명화들을 접하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김태곤(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